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의 자동차 수입관세 분쟁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제소했다.

 

 EU 집행위원회는 WTO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러시아 측과 '협의와 조정'을 벌였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정식 제소 절차에 돌입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7월 러시아가 EU 산 자동차 수입에 부과하는 '재활용세'(recycling fee) 를 부당한 관세 장벽으로 간주하고 WTO의 분쟁해결 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EU와 러시아 측은 조정 절차를 진행했으나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러시아는 자의적인 관세 부과를 계속했다"고 밝히고 러시아의 재활용세 부과는 유럽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EU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자동차 수출액은 연간 100억 유로(약 15조원)에 달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WTO의 15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WTO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야 한다. 러시아의 WTO 가입 이후 EU가 정식으로 러시아를 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폐기 처분과 재활용 때에 발생하는 비용을 미리 징수한다는 명목으로 재활용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 차량 대수 증가에 따라 늘어날 폐차 처리 비용을 미리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WTO 가입에 따라 낮아진 수입차 관세율을 보존하려는 조치다.

 

 EU는 그동안 러시아의 재활용세가 국내 자동차산업 지원을 위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라며 반발해 왔다. EU 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EU산 승용차, 트럭, 버스 등 신차에 420∼2천700 유로의 재활용세를 부과하고 3년 이상된 중고차에 대해서는 2천600∼1만7천200 유로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특히 광산용 트럭과 같은 특수 차량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EU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EU의 3번째 무역 파트너이며 EU는 러시아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지난해 EU는 러시아에 1천230억 유로 어치를 수출했고 2천130억 유로 어치를 수입했다. EU의 수출 품목은 차동차 등 운송 장비와 기계류 등(50%)이 주종을 이루고 수입품은 천연가스 등 자원(80%)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송병승 기자 songbs@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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