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9일 현대자동차 신입사원 입사식이 열린 울산 동구 현대호텔. 신입사원 대표는 "합격 문자를 받고 아내와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사내하청 근로자'에서 꿈에도 그리던 '현대차 정규직'이 된 감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현대차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2016년까지 3500명이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렇지만 그만큼 기회가 줄어드는 이들도 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우선 선발하면서 고졸자와 전문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직 공채는 따로 안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신입채용이 1년 만에 다시 문이 닫힌 것이다.

 

 현대차가 매년 고졸 100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대상은 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제한됐다. 현대차의 당시 정규 생산직 채용은 248명 모집에 6만명이 지원, 경쟁률이 240대1일 정도로 바늘구멍이었는데 그 정도의 좁은 문도 없다.

 

 남은 방법은 '사내하청 근로자'를 거쳐 현대차 정규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마저 순탄치 않다.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한정돼 있어 사내하청 근로자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고교와 전문대 졸업생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경쟁해야 하기도 하지만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기존 정규직 노조의 벽도 넘어야 한다.

 

 현대차 내 모든 공장이 주간 2교대를 도입했음에도 1교대 근무를 고수하던 전주공장 트럭노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노조는 6개월치 일감이 밀렸는데도 "나중에 특근물량이 줄어들 때는 구조조정을 할 것 아니냐"며 회사의 증산과 채용을 1년여 동안 가로막았다.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물량이 없어서 못 팔던 회사의 사정을 오히려 역이용해 특근까지 거부하면서 애를 태웠다.

 

 공급부족에도 현대차가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지역사회의 여론이 거세지자 트럭노조가 2교대 도입에 합의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막혔던 '일자리 창출의 동맥경화'가 뚫리자마자 정규직 110명, 사내하청 490명 등 600명에게 일자리가 생겼다. 앞으로 400명의 일자리도 더 만들어진다.

 

 평균연령 41세의 중년근로자 3100명이 근무하던 공장에 2004년 이후 10년 만에 20~30대 '청년'들이 들어와 기술노하우 전수, 숙련인력 양성 등 조직의 신진대사도 이뤄지게 됐다. 김완주 전북지사가 지난달 23일 공장을 찾아가 노사에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로 간접적인 고용효과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더 많은 트럭을 만들어 성장가도를 달리게 됐고 노조는 조합원의 연장근무를 줄여 '삶의 질'을 되찾게 했다. 청년실업자 600명은 일자리를 얻었고 그 중 누군가는 가족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노조의 몽니만 없었다면 몇 달 전에 막을 내렸을, 때늦은 해피엔딩이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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