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8ix 드라이브 차량 소유주 L씨는 최근 후미 추돌사고를 당했다. 뒤따르던 차량의 운전자 과실이 인정돼 수리비용은 상대방 운전자 보험사가 책임지기로 했다. L씨는 K모터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며칠 뒤 L씨가 받은 수리 내역서에는 1000만원이 적혀 있었다. L씨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이 차를 중고차 시장에 팔려고 사고이력을 조회한 결과 1000만원이 아닌 2000만원의 수리비용이 청구된 사실을 확인하고 놀랐다. 바뀐 청구서에는 야간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나이트비전’ 부품이 추가로 교체된 것으로 표기돼 있었다. 확인 결과 수리센터는 제멋대로 멀쩡한 부품을 교체하고 사고차량 가입 보험사에 수리내역서를 보냈다.

 

 유명 외제차의 국내 판매업체들이 자동차 수리비와 부품값을 부풀린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신성식)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 등 6개 수입차의 국내 판매업체들을 수리비 과다계상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11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폭스바겐,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의 국내공식 판매업체인 클라쎄오토, 고진모터스, 엘앤티렉서스, 효성도요타 등 4곳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 수리비 책정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전날에는 BMW와 벤츠의 공식 판매업체인 코오롱모터스, 한독모터스, 더클래스효성 등 5개사를 압수수색해 지난 몇 년간의 수리비 청구내역과 부품 입·출고 목록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지원을 받아 압수자료를 분석, 이들 업체가 필요 이상의 수리를 요구했거나 부품 가격을 부풀렸는지 따져볼 방침이다.

 수입차 및 자동차보험업계는 외제차 수리비 뻥튀기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입차의 부품비용, 공임비용, 수리시간 등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없고 한독모터스 같은 수입업체(딜러사)가 많아 일원화하기 어려운 탓이다.

 

 보험사 측의 손해사정사가 있지만 수리비용과 관련해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수리업체에서 발급해준 내역서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업계 현실을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리업체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속일 수 있는 구조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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