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기아자동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아차 광주 3공장의 봉고트럭 증산이 3년째 표류중이고 해외판매는 사상 최대지만 내수는 부진에 빠져서다. 임금단체협상을 하는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올해 임금협상만 하는데 아직 잠정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 광주공장은 올해 62만대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3공장은 아직 증산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증산프로젝트는 노조사정 등으로 4개월이 지체된 끝에 광주시장, 경제단체 대표의 노조방문과 성명서 발표, 협력업체 임직원의 호소가 있은 뒤인 6월에야 노사합의가 됐다.

 

 정작 증산체제가 가동된 것은 잠시 뿐이고 8월부터 노조가 임협에서 더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해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기아차는 광주공장에서 만들어 주력시장인 북미시장에 내놓을 '쏘울' 후속모델도 파업과 맞물려 초기물량 양산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광주 3공장의 봉고트럭 증산이다. 지난해 3000억원을 투자해 증산을 위한 공사 및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7월 이후엔 노조와 만나지도 못했다.

 

 회사 측은 시간당 23.1대에서 25.1대로 생산을 늘리길 희망하지만 광주 3공장 대의원들은 수요가 있다고 충원하고 증산했다 수요가 다시 줄면서 구조조정을 당한 경험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주문 대기물량이 내수 9000대, 수출 1만1000여대 등 2만대인데 최근 2년 동안 물량을 맞추기 위해 주말특근을 했지만 특근으로 해소될 성질이 아니라며 증산을 요구중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고객이 계약하고 차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개월이고 이 기간에 계약해지하는 사례가 30%에 육박한다"며 증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노측은 봉고트럭은 수요가 가변적인 데다 3공장 생산라인은 봉고트럭 하나만 생산해 수요에 탄력적이지 않으므로 인원충원을 꺼린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 판매도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현대차는 '싼타페' '아반떼' 등 주력 차종의 누수문제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8월까지 내수판매가 2.0% 늘었다.

 

 반면 기아차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해외판매는 사상 최대지만 국내판매는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플래그십인 'K9'은 판매가 30.3% 급감한 월 400대 수준에 그치고 미니밴 '카렌스'는 7년 만의 완전변경모델이 한국GM의 '올란도'보다 덜 팔리고 있다.

 

 기아차의 임협이 아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현대차에 비해 쟁점이라고 할 만한 게 적지만 임협이 타결되지 않아 기아차는 지난 6일 부분파업, 7~8일 특근거부 등을 지속하며 3000억원 이상 생산차질을 야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협은 현대차노조의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기아차도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광주공장의 증산, 내수판매 부진 등은 해법을 못찾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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