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7월24일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서 조합원과 퇴직자, 협력업체 근로자, 지역주민을 위해 지은 조합원휴양소 기공식을 열었다. 휴양소는 연면적 1905㎡(약 570평)에 세미나실, 축구장, 헬스클럽, 야외수영장, 눈썰매장 등을 갖추게 된다. 이 '평생종합휴양소' 부지는 노조가 2004년 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매년 내던 연맹비 5억8000만원을 모아 마련했다. 회사도 노조의 진정성을 고려, 인근 부지를 추가로 사들일 때 20억원을 지원했다.

 

#현대자동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해 회사가 조합비로 원천징수해 거둬준 110억원을 민노총 금속노조에 연맹비로 냈다. 이 노조는 이중 56%를 돌려받아 사업비로 썼다. 상급단체로 간 나머지 48억4000만원은 현대중공업이라면 내부 조합원을 위해 자율적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매년 적립했거나 혹은 앞으로 매년 쌓아간다면 10년 동안 500억원에 달할 규모다.

 

 뿌리(옛 현대그룹)와 핵심 지역 기반(울산)이 같은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차 노조가 가는 길은 다르다. 개별 기업노조와 금속노조에 속한 산별 노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성향 등에서 극명하게 갈린다는 평을 듣는다.

 

 

 

◇현대중 노조 "수주 위해서라면…" = 지난 90년 골리앗 농성으로 유명한 현대중 노조는 19년 연속 무파업의 기록을 써 가고 있다. 이 노조는 조선업이 불황인 시점에서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일감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회사의 수주를 돕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중동 지역 최대 해운회사 아랍연합해운(UASC) 사옥에서 열린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식에 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게 일례다. 노조 파업이나 안전사고로 납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선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회사가 김진필 노조위원장에게 'SOS'를 치자 두바이까지 날아간 것.

 

 김 위원장은 계약식에서 UASC 관계자들에게 납기일을 반드시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 시황이 아직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세일즈'에 힘겹게 나서고 있는데, 노조 위원장이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매출이 늘어야 고용과 성과로 이어지고, 그 혜택은 조합원의 이득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 노조는 임금삭감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7월 올해 기본급을 3만500원 인상하고, 300만원에 월 기본급의 200%를 격려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기본급이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소폭 인상됐지만, 지난해 격려금이 '300%+ 3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임금이 준 셈이다. 일부 사업부문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일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회사 사정을 노조가 이해한 결과였다.



 

◇현대차 노조, 생산차질 2조5000억원= 현대차는 국내 5만대, 해외 15만대 등 20만대의 주문이 밀려 있지만 상반기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1조7000억원, 8월 이후 부분파업으로 8713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부분 파업이 계속 되면서 현대차의 8월 국내 판매가 4만7680대로 전월대비 19.6% 급감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었던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5만대를 밑돈 것이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써 왔고, 이 여파로 상반기 해외생산 비중이 61%로 사상 최고였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조합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현대차의 비용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이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현대차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임금을 계속 올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고임금과 자동화의 진전으로 임금이 오를수록 일자리 감소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노조가 합리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9400만원을 받은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로 인상, 순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내세웠다. 현대차가 기본급 9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350%+500만원, 목표달성 장려금 300만원, 2교대 제도정착 특별합의금 100%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미흡하다며 거부했다.

 

 지난 26년간 22년간 파업을 했던 현대차 노조는 3일에도 파업을 했다. 노조는 "임금요구안, 퇴직금누진제, 정년연장 등 핵심쟁점에 사측이 성의 있는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노사분규의 근원지였지만 이후 노사 화합으로 1등 조선 강국을 만들어 냈다"며 "현대차 노조는 한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느냐가 결정되는 시기에 국내 차 산업 전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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