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우디코리아의 한국팀 레이서로 첫 출전한 유경욱씨(33·사진)는 정비까지 포함하면 경력 15년의 베테랑 드라이버다.

 

 수많은 수상 기록을 올린 그에게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데뷔 초기였던 지난 99년 4번째 오프로드 경기 때 발생한 사고다. 차량이 거꾸로 뒤짚어진 채 연료가 몸 쪽으로 흘렀는데 전원 차단장치가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당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레이스 인생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은 순간"며 "제가 가진 전부를 레이스 카에 쏟아 부었던 탓에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대부분의 국내 레이서들은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어렵게 돈을 마련해 경기에 참여했다. 그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외국 대회 출전을 위해 공사현장의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유씨가 레이서로 뛰게 된 것은 정비 과정에서 찾아왔다. "정비사 자격증을 얻고 프로팀에서 일하다 입대 준비로 잠시 쉬고 있을 때입니다. 앞서 정비를 맡고 있던 레이싱카의 드라이버가 매번 차량 상태를 문제삼아 직접 테스트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랩 타임이 그 드라이버 보다 2초가량 빨랐는데 이를 본 팀의 단장이 레이서를 권유해 입문하게 됐죠."

 

 그는 2001년 오프로드 챔피언십 2라운드 루키 클래스 우승, 2007~2008년 GT 마스터즈 시리즈 챔피언 및 올해의 베스트 레이싱 드라이버, 2010년 CJ 슈퍼레이스 우승, 지난해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제3전 엑스타GT 클래스 우승까지 기록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엔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우디 국제레이스 중 하나인 'R8 LMS 컵'에 아우디 코리아 지원으로 첫 출전했는데 3위에 오르면서 아우디코리아의 한국팀 대표로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유씨에게 연봉과 함께 고성능 'S7'을 지원해주고 있다.

 

 유씨는 지난달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된 R8 LMS컵 3차전(5· 6라운드)에선 전 F1선수이자 올해 이 대회 종합순위 1위 알렉스 융과 접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아쉽게 5위를 기록했다. 그는 "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어 아우디코리아와 계약했다"며 "한국 경기로는 지난달 첫 출전이라 기분 좋은 떨림도 있었지만 부담감도 다소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레이스는 팀과 차량이 다른데 선수기량보다 차량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편"이라며 "아우디 R8 LMS컵은 모든 스탭이 차량을 동일하게 관리해 선수들을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씨의 꿈은 국내 공식지정 드라이빙 스쿨을 여는 것이다. 안전한 드라이빙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자, 후배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후배들이) 목표를 항상 높게 잡았으면 한다.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달리면 어느 순간 목표에 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2010년 무한도전 레이싱 특집에서 선생님으로도 출연했던 그는 '유망주'로 유재석 씨를 꼽았다. 랩타임이 빠르지 못했지만 센스와 반사신경이 뛰어났다고 기억했다.

 

 

최인웅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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