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파업으로 해외 공장 증설에 대한 명분이 쌓이자 미국이 적극적인 유치 공세에 나섰다.

 

 기아자동차 공장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의 주지사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공식 방문하며 공장 증설 여부를 타진한 것.

 

 현대차그룹은 미국 증설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로 회사 손해가 커질 경우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어 주목된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네이선 딜 조지아주지사는 지난 21일 정 회장과 비공식적으로 회동을 했다.

 

 딜 주지사는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 추가 공장을 조지아 주에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 주지사는 그동안 정 회장을 만날 때마다 공장 증설 등 추가적인 투자의사를 타진해왔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은 "미국에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정 회장이 "현재로서 증설 계획이 없다"고 기자들 앞에서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과 딜 주지사의 이번 회동이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2년 연속 장기 파업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손실이 불어날 경우 해외 생산을 늘려 이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지난해 파업으로 유발된 매출 손실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조7048억원, 1조348억원이었다. 올해는 노조 주말특근 거부로 현대차만 1조7000억원 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현대차는 해외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 대응키로 했으나 미국의 경우 이미 가동 능력범위를 넘어서 공장이 돌아가고 있어 결국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공장 가동률은 각각 110.5%, 108.4%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공장 가운데 최고 수준이며 이 때문에 물량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재고 수준은 41로 업계 평균인 61일에 크게 못 미친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전체 생산의 60% 가량을 해외에서 만들고 있다"며 "국내 생산을 볼모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 미국 3공장은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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