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부품 협력사 일부와 리콜 발생시 비용을 절반 분담토록 미리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 역시 GM 본사의 방침을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부품업계에서는 리콜 원인이 제품 결함이 아닌 경우에도 협력사가 부담을 질 수 있는 계약이어서 불공정거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GM 부품 협력사 가운데 일부는 GM 차량이 리콜되는 경우 전체 비용 가운데 50%를 부담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조항에 동의하지 않으면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조건도 붙었다. GM과 한국GM에 동시에 납품하는 A사 관계자는 "2년 주기로 GM과 계약을 하는데 리콜과 관련된 비용을 절반 분담해야 한다는 계약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GM은 최근 리콜 계약조건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부품 협력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GM은 지난 7월부터 부품이 자사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리콜 발생시 비용을 분담토록 하는 새 계약서를 글로벌 협력사들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GM이 필요한 경우 협력사의 재무정보 접근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또다른 부품공급사인 B사 관계자는 "아직 새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부품의 종류와 공급물량, 계약시점 등에 따라 협력사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과 달리 현대차·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리콜이 발생하면 해당 부품의 결함 여부나 정도 등을 따져 협력사 분담비용을 탄력적으로 정한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조립 과정에서 결함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며 "계약 단계부터 리콜에 따른 분담비율을 명문화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차 부품업체인 C사 관계자는 "리콜 관련 계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공정 거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협력업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해 부담을 지게 할 의도는 없다'는 게 GM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GM이 리콜 비용이 증가하자 부품 계약단계부터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GM 해외사업부문(GMIO:미국, 유럽, 남아메리카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의 올해 2분기 세전영업이익은 리콜비용 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대비 64% 급감한 2억2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글로벌 소싱을 하고 있는 GM은 글로벌 대형 부품사와 리콜비용 산정 문제에 늘 직면해 있다"며 "부품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품사로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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