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강성인 집행부가 오는 9월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조직 결집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 가능성은 높다. 업계에서는 회사 국내외 사업이 어려운 가운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노조가 임단협에서 제시안 안건은 75개 조항 180개 항목으로 회사 임단협 사상 가장 많다.

 

 안건 가운데는 노조 활동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제와 1년 이상 근속한 조합원 전 자녀(기존 3년 이상 근속, 3자녀)에 대해 중·고·대학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대학에 못 간 자녀에게는 기술취득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사측이 전혀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았고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6일 사측과의 18차 본 교섭에서 임금단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9일에는 대의원 400여명 전원의 찬성으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쟁의발생 결의는 실제 파업을 위한 첫 수순이다.

 

 사측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안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최대 항목이라는 과중한 요구안을 내놓고 제대로 논의하기도 전에 파업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요구 항목도 많지만 사측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개별 안건도 있다"며 "특히 노조활동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제는 노조가 법을 어겼을 시 이를 사측이 비호해달라는 요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측에서 합의하기 힘든 안건을 걸고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결의한 셈. 현대차 내부에서는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큰데다 오는 9월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노조 집행부가 다른 현장조직과 선명성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조직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 파업 결의를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회사 외부에서 이를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노조 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차질로 현대차의 실적이 둔화된 한편 해외 시장에서는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기에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파업까지 결의한 것은 지나친 행보"라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4조2750억원으로 7.7%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1%에서 9.6%로 하락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수입차 공세에 판매가 줄고 있으며 미국 판매도 예전 같지 않다.

 

 상반기 노조 특근거부에 따른 국내공장 생산 둔화가 원인이 됐다. 지난해에도 8월 노조 파업 여파로 열두 차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5만3333대에 그쳤다.

 

 반면 글로벌 시장 경쟁상대인 토요타는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9% 늘었고 순이익은 93.6% 급증해 대조를 이뤘다.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제고된 덕분이다.

 

 물론 노조가 실제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있는 상태다. 오는 13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해 가결될 경우 20일께부터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분류돼 실제 파업에 이를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문용문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현 노조 집행부는 2011년 출범했다. 이 집행부는 지난해 파업을 하며 현대차 4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깨기도 했다.

 

 한편 사측은 국내 생산차질을 해외에서 만회할 수 있어 원칙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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