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4696명.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그랜저(HG)를 구매한 소비자 숫자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가 준중형 아반떼도, 중형 쏘나타도 아닌 바로 준대형급 그랜저다.

 

 그랜저 판매량은 요즘 불황을 빗겨가듯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올 한해 약 10만명에 육박하는 소비자가 그랜저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형 그랜저 3.0을 타고 강원도 동해 일대를 달려봤다. 전면부 그릴을 가로형에서 세로형 모양으로 교체하고 상품성을 보강한 차다. 시승차 가격은 3794만원. 익스클루시브(트림) 모델에 8인치 내비게이션과 AVM 패키지(220만원),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110만원)가 추가됐다.

 

 3000만원대 가격인 그랜저가 한국의 베스트셀링카가 된 이유는 잘 팔리는 요소를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상품성 측면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만한 경쟁력으로 무장한 것.

 

 쏘나타 보다 뛰어난 운동 성능, 실내 안락함과 주행 정숙성, 다양한 운전자 편의기능은 500만~1000만원을 더 주고라도 그랜저를 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차는 가격 대비 가치로 시장에서 평가 받는다. 아무리 좋은 차도 가격이 비싸면 소수의 선택만 받게 된다. 반면 상품성이 그리 뛰어난 차는 아니지만 경제성이 좋다면 그것만으로도 구매 요건은 갖춘 셈이다.

 

 그랜저는 편안함과 안락함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서 탄 기아 K5와 차이가 느껴졌다. K5가 시속 100km 속도로 달릴 때 주행 소음이 컸다면 그랜저는 소음 차단 능력이 훨씬 앞선다.

 

 

 수입 고급 세단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편의사양 역시 돋보인다. 운전자 체형에 맞게 시트를 다양하게 맞출 수 있는 운전자세 메모리시스템(IMS), 전후방 주차시 차량 밖 360° 화면을 볼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뒷좌석 탑승객까지 루프를 개방할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대표적이다.

 

 3.0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은 아쉽다. 제원표를 보면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m의 성능을 낸다. 그러나 도심에서 많이 탄다면 마력보단 토크 수치가 높은 게 유리하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급가속이 붙을 때까지 토크 반응이 유럽의 디젤 세단을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배기량 3000cc급인데 짜릿한 가속감은 부족하다.

 

 운전 재미가 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랜저 구매 연령층이 과거와 달리 30대까지 내려왔다.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인 '펀 드라이빙' 감성이 하나 더 추가된다면 그랜저 품질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효과적일 것 같다.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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