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8일 개최 예정이었던 슈퍼포뮬러 한국전이 대회 한 달을 남겨두고 돌연 취소됐다.

 

 25일 슈퍼포뮬러 주최측인 일본레이스프로모션(JRP)는 보도자료를 통해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슈퍼포뮬러 5차전 한국대회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JRP에 따르면 한국전 취소는 인제 스피디움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이들이 최근 서킷 운영주체가 바뀌어 정상적인 대회 준비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슈퍼포뮬러는 F1 바로 전 단계인 F2급 대회로, 아시아 최고 수준의 포뮬러 대회로 손꼽힌다. 1996년 포뮬러 닛폰으로 시작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인 아시아 진출을 위해 대회명까지 교체했다. 총 7라운드 중 5라운드를 인제 서킷에서 진행하기로 결정, 한국 드라이버 출전까지 확정된 상황이었다.

 

 올해 5월 개장한 인제 스피디움은 태영건설, 포스코ICT, 과학기술인공제회, 코리아레이스페스티벌(KRF) 등이 출자해 만든 (주)인제스피디움이 총괄 운영한다. KRF는 당초 협약에 따라 자동차 경주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주들 간의 이해 다툼 속에 개장 이후에도 서킷 관리 및 대회 운영의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인제군이 직접 KRF를 운영주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7월19일에야 KRF가 전면에 나설 수 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주주간 갈등이 심화됐고, JRP 역시 대회 운영을 책임질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 해외 경기 준비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국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동안 일본 현지에선 일찌감치 한국전 취소 신호가 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슈퍼포뮬러 출전팀의 한국전 준비를 지원해주고 있었는데, 7월 들어 일본팀에서 수시로 대회 성사 여부를 물어왔다"며 "일본쪽에서 지난 5월 돌연 중단된 '슈퍼GT' 한국전 때와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제스피디움은 국제 대회를 치르기 위해 국제자동차연맹(FIA)로부터 받아야 하는 경기장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제스피디움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11일 FIA 검수단의 서킷 상태와 국제기준 안전시설 확보 여부 등 점검을 통해 이를 공인 받았다"고 전하고, FIA 서킷 위원인 팀 쉔켄의 말을 인용해 "FIA에 검수 결과를 보고하면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를 통해 라이선스가 발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월25일 슈퍼포뮬러는 물론 아시안 르망 시리즈 개최를 앞두고도 인증 절차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시안 르망 시리즈 개최도 힘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호 KARA 사무국장은 "FIA에서 실사 후 몇 가지 수정사항을 전달했고, KARA에서 다음주 재실사에 나선다"며 "재실사 결과를 FIA에 통보한 뒤 라이선스 발급 유무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FIA 실사 당시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라이선스 발급 자체는 아시안 르망 개최 전에 가능할 것 같다"며 "최근 강우량이 많아 개선 작업이 지연됐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대회 운영을 담당하는 KRF 관계자는 "법률상 문제와 사업적인 문제가 얽혀 서킷 개장 이후 대회 운영 등에 공백이 있었다"며 "인제군의 결정으로 임시 운영 주체라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된 만큼 예정된 대회들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들어 두 개의 굵직한 국제대회의 한국전이 취소 또는 중단돼 한국 모터스포츠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슈퍼포뮬러 취소 이전에는 5월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슈퍼GT 올스타전이 잠정 중단됐다. 슈퍼GT는 일본의 대표적인 투어링카 대회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