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경기에서 탁월한 경기력을 보이지만 국내 리그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홈 경기에서 맥을 못추는 반면 어웨이 경기만 나서면 펄펄 나는 야구선수도 있다. 밖에서만 잘하는 선수들이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잘 팔리고 국내에서 부진한 모델들이 있다. 가끔 국가 수출에 일조하는 '애국 모델' 소리도 듣지만 안방에서 늘 찬밥신세니 기운이 빠진다. 이들의 안팎 경기력을 모두 끌어올릴 방법은 없을까? 자동차 업계의 '해외파 3인방'을 소개한다.

 

기아차 쏘울/사진제공=기아차

 

 기아자동차 쏘울은 국산 차종 중 홈 경기와 어웨이 경기 승률 편차가 가장 큰 모델이다. 올해 상반기 쏘울은 내수시장에서 886대 팔렸다. 매달 100대 조금 넘게 팔렸을 뿐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시장에는 무려 6만3031대가 수출됐다. 한 달 평균 1만대 이상씩 팔린 셈. 수출 대비 내수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차라리 미국에서 생산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신차 출시를 앞둔 노후차종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는 변명도 안 통한다. 그런 점은 미국 소비자들도 안다. 미국에서 쏘울은 '특이한 차'이기 때문에 잘 팔린다. 쏘울은 차체가 종이상자처럼 네모반듯한 '박스카'다. 미국에 이런 차가 거의 없다. 쏘울과 현지 가격대가 비슷한 닛산 큐브도 박스카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쏘울에 더 점수를 주고 있다. 햄스터들이 셔플댄스를 추는 독특한 광고가 쏘울의 이미지와 잘 맞물려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점도 주효했다.

 


한국GM 쉐보레 트랙스/사진제공=한국GM

 

 홈·어웨이 승률편차 2위는 한국GM이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트랙스다. 상반기 이 차는 내수시장에서 4182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 등으로의 수출은 8만3782대 였다. 수출 대비 내수비중은 4.9%. 트랙스의 상반기 수출은 같은 기간 한국GM 전체 내수판매 6만5203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트랙스는 '실용적이라서' 잘 팔린다. 트랙스는 소형차 아베오의 플랫폼으로 개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다. 준중형급의 '작은' SUV는 있었지만 소형 SUV는 사실상 트랙스가 첫 모델이다. 작지만 SUV다 보니 공간활용성이 높고 적재공간도 넓다. 불황에 세컨카 구입 대신 차 한 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에 어필했다.

 


현대차 i30/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i30도 해외판매와 내수 편차가 큰 대표적 모델 가운데 하나다. 상반기 i30는 국내에서 5248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5만1176대가 팔렸다. 해와판매 대비 내수 비중은 10.2%.

 

 i30는 '익숙해서' 잘 팔리는 모델이다. i30는 '해치백'(트렁크와 객실이 연결돼 있고 위로 들어 올리는 해치(hatch) 도어를 장착한 차) 모델인데 유럽에서 팔리는 준중형 이하 모델에서 해치백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5%에 육박한다. 해치백이 대세인 셈. i30 자체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전략모델이다. i30는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렇다면 '해외파 3총사'가 유독 홈경기에서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특이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세단형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이 '격식'과 '품격'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증거다. 보수적 소비성향은 차량 색상 선호도에도 반영돼 나온다. 세계 최대 페인트회사 듀폰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소비자들 가운데 검은색과 흰색 회색 등 무채색을 선호하는 비중은 82%로 조사됐다. 유럽과 미국은 70% 수준이다.

 

 그만큼 박스카, 해치백, 소형 SUV 등 새롭고 독특한 모델이 팔리기 힘든 시장인 셈. 올해 내수시장에서 해치백과 왜건형 모델의 판매 비중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차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꿔야 '해외파 3총사'의 안방시장 판매를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i30 판매를 올리고자 젊은층을 겨냥한 'PYL(Premium Yunique Lifestyle)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GM 역시 트랙스의 첨단 편의사양을 부각시켜 젊은층에 어필하는 마케팅을 추진중이다. 기아차는 신형 쏘울 출시에 맞춘 독특한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변화와 새로움에 익숙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젊은 층 마케팅을 강도 높게 추진해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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