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4년 전인 2009년 8월6일.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 모임' 회원 20여명이 경기 평택공장 앞에서 농성중이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우리 남편 회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외부세력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며 "제발 국회로 돌아가달라"고 눈물로 애원했다.

 

 강 대표는 눈을 감은 채 끝내 꿈쩍도 앉고 '현장을 사수'했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마음을 잃는 행위가 됐다. 같은 해 9월8일 쌍용차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해버렸다. 1995년 민노총 출범 이래 처음으로 완성차업체가 민노총의 정치투쟁 대열에서 벗어난 '사건'이었다.

 

 산별체제에서 개별 기업노조로 변신한 쌍용차 노조는 이후 회사와 함께 호흡하며 정상화에 매진해왔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기본급을 동결했고 연 상여금 250%와 미사용 연월차수당을 반납했다. 2010년 말까지 모든 복지혜택의 지급중지도 받아들였다. 임단협은 4년 연속 무분규로 마무리지었다.

 

 쌍용차노조는 정치권과 민노총 금속노조의 국정조사 요구도 앞장 서서 반대서명운동을 벌이며 막았다. 국정조사가 회사 정상화에 해가 될 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1월에는 노사 합의 아래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을 받아들이는 담대한 결정도 했다. 생산직의 긴요한 부수입원인 평일잔업과 주말특근이 줄어드는 게 불가피했고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김규한 노조위원장은 "더 어려운 과거의 동료들과 일자리를 나누자"고 설득했다.

 

 쌍용차도 이같은 노조의 행보에 부응했다. 아직은 적자상태고 무급휴직자로 인건비 부담이 늘었지만 올 임협에서 '회사 정상화에 헌신한 직원들의 노력'에 화답했다.

 

 노사는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주요 라인 처우 개선 수당 인상 △30년 장기근속 포상여행 신설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한발 물러선 양보안을 상호 제시하면서 입장 차이를 해소한 것"을 4년 연속 무분규의 비결로 꼽았다.

 

 이처럼 쌍용차노사가 합심하면서 판매도 점점 늘고 있다. 2009년 3만5296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2012년 12만717대까지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1년 전보다 22.6% 급증했다. 1교대로 돌아가던 공장이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논의해야 할 정도가 됐다.

 

 쌍용차의 턴어라운드에 반신반의했던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해 12월말 5310원이던 주가는 최근 80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쌍용차는 판매가 반토막이 나 직원을 자르고 급여를 깎고 노사분규를 겪던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진입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쌍용차노조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매일 새로 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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