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그랜저는 지난해 말 현대차가 꺼내 든 회심의 카드다. 2012년은 수입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국산차 내수 판매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시기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그랜저 디자인을 가다듬고 안전·편의품목을 기본 품목에 추가하는 등 상품성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을 억제했다며 '착한 가격'을 내세웠다. 1896년 출시 이후 26년 간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도 강조했다. 중형·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수입차와 정면 승부에 나선 2013 그랜저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견상 가장 큰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다. 빗살형의 가로 배치에서 벗어나 세로형을 채택했다. 그릴과 헤드램프는 물론 보닛과 범퍼에 들어간 선들이 일관된 방향을 향하면서 집중력을 높였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외 헤드램프 테두리는 아이라인을 그린 듯 검은 선으로 마무리했다. 아웃사이드 미러 하단부에서 램프까지 이어지는 크롬 라인도 화려하다.

 

 

 패밀리룩을 강조한 5세대부터 쏘나타와 차별성이 줄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 젊고 역동적으로 바뀐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크기는 길이 4,910㎜, 너비 1,860㎜, 높이 1,470㎜, 휠베이스 2,845㎜로 준대형 세단에 걸맞는 크기다.

 

 

 실내는 한층 젊어졌다. 계기반 중앙의 정보 표시 화면에 그래픽 효과를 추가했고, 센터페시어도 중후함보다 진취적인 느낌을 살렸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에는 하이그로시 재질을 덧씌워 신형 느낌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스티어링 휠 전체를 가죽으로 감싸고, 마감재는 가죽을 사용했다. 단, 멀티미디어 기기 작동 버튼은 소재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랜저의 강점 중 하나는 다양한 편의·안전품목이다. 하이패스 시스템이 장착된 ECM 룸미러, 통합 주행모드,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은 기본 장착된다. 멀티미디어 화면이 기본 6인치로 상향되면서 후방카메라도 기본 품목에 포함됐고, HG300은 운전자세 메모리 시스템이 추가됐다. 시승차는 '풀 옵션'으로 8인치 내비게이션, 뒷유리 전동 커튼, 어라운드 뷰 모니터, 파노라마 썬루프 등이 장착됐다.

 

 ▲성능
 시승은 HG300 트림으로 진행했다. 3.0ℓ GDI 엔진으로 최고 270마력, 31.6㎏·m의 성능을 낸다. 연료효율은 복합 10.4k㎞/ℓ(도심 8.7㎞/ℓ, 고속도로 13.5㎞/ℓ)다. 넉넉한 출력 덕분에 거동은 항상 여유가 있다. 하지만 편안함에 초점이 맞추어진 만큼 순발력은 뛰어나지 않다. 5세대부터 '젊은 그랜저'를 표방했지만 실 수요층인 40~50대의 편안한 주행 감성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실제 주행 감각은 여전히 부드럽다. 그래서 장거리 정속 주행에도 강점이 있다. 운전석 시트 착좌감도 훌륭하다. 나파 가죽시트 촉감도 그렇거니와 적당한 쿠션이 엉덩이와 허리를 감싸줘 피로감이 적다. 현대차 관계자도 "회사 내부에서도 그랜저 시트가 최고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며 "특히 운전석 시트 착좌감은 영업용 운전자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 시속 110㎞ 이상으로 정속 주행을 시작했다. 속도를 높여도 부담감이 적다. 몸놀림이 점잖고 여유가 있다. 실내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직분사 엔진을 탑재하면서 소음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지만 어느 정도 개선이 이뤄진 느낌이다.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기본 적용되면서 타이어도 승차감과 정숙성을 강조한 UHP급이 적용됐다.

 

 2013년형부터 운전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한 통합주행모드가 전 트림 기본 적용돼 있다. 노멀, 스포츠, 에코 등 세 가지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작동 버튼이 콘솔 좌측 하단에 있어 주행 중 모드 변환이 쉽지 않다. 쏘나타처럼 기어박스에 버튼을 두거나 기아차 K5처럼 스티어링 휠에 버튼이 위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스포츠모드는 3.0ℓ GDI 엔진 성능을 유감 없이 즐길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신속한 반응도 이전보다 분명 진일보한 느낌이다. 그러나 속도를 더욱 높이기엔 제동력과 스티어링 휠 조향력이 부족한 감도 있다.

 

 ▲총평
 그랜저는 2013년 상반기 베스트셀링 세단이다. 포터를 제외하면 국내 단일 차종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같은 기간 국내 5개사 내수 판매실적이 8% 이상 떨어지는 동안 그랜저는 0.3% 감소에 그쳤다. 덕분에 수입차 업계에서도 그랜저를 의식한 마케팅이 적지 않다. 시승했던 HG300 풀옵션 가격이  3,683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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