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국문학, 신문방송학, 역사학, 디자인. 이 가운데 흔히 자동차와 가장 밀접한 학문으로 구분되는 것은 단연 '공학' 및 '디자인'이다. 하지만 공학과 디자인만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자동차에 기계적 본질 외에 수 많은 감성이 녹아들고 있어서다. 자동차가 하나의 취미 대상이 되고,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자동차는 문화적 도구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학계에서도 자동차를 소재로 한 융합 학문이 주목받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공학과 기계를 이용하는 인간의 연계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융합 학문으로 여기고, 연구하는 곳은 부경대학교 융합연구팀이 유일하다. 공학, 국문학, 신문방송학, 역사학, 디자인 교수가 모여 이른바 '자동차 융합연구팀'을 발족시켰다. 공학자가 자동차를 기계로 직시한다면 국문학자는 자동차 속에 내재된 다양한 감성적 의미를 찾아내고, 신문방송학은 자동차의 미디어 기능을 파고 든다. 또한 역사학자는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 역사를 살피고, 디자인은 과거와 현재를 통한 미래를 예측한다. 연구팀에 참여중인 부경대학교 국문학과 채영희 교수는 "자동차를 단순 기계로 여기는 경향이 줄고 있다"며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융합연구팀을 발족시켰다"고 설명했다.

 

 호응은 폭발적이다. 연구팀 발족 후 대학 내 교양과정을 개설한 결과 수강신청이 집중된 것.  젊은층일수록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데다 공학 외적인 인문학 접근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연구팀 내 오창호(신문방송학) 부경대 교수는 "기계적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공학자의 역할이라면 인문학자는 완성된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패턴을 살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연구된 튜닝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는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융합연구팀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는 자동차 튜닝을 하는 사람들의 욕구다. 그 결과 튜닝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전문 튜너를 만나고, 개조에 심취한 마니아들을 찾아다녔다. 오창호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기계를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기는 경향을 발견했다"며 "자동차와 관련된 사회적 흐름을 보다 깊은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연구팀 내 채영희 교수(국문학)는 "기본적으로 공학자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 2년이 걸렸다"며 "이를 통해 자동차 개발자와 사용자 간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해당 과목 교재를 집필할 때도 오해가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부경대 융합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 주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물론 튜닝에 이어 소재는 역시 자동차다. 연구팀 내 공학자로 참여중인 기계공학부 손정희 교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이 참여하게 된다. 채영희 교수는 "자동차의 산업사를 보면 자동차가 인간에게 어떤 역할이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동차의 미래 역할도 내다볼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융합연구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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