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여년간 다닌 보험회사에서 퇴직한 K(54)씨는 한푼두푼 모아둔 돈으로 작은 김밥집을 열었다. 퇴직금도 어느정도 남아 8년을 탄 중형차 쏘나타를 바꿀 계획을 세웠다.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준대형급 수입차.

 

 도로에서 국산 준대형 그랜저 만큼 많이 보이는게 BMW 520d다. 하지만 막상 구매계획을 세우다 보니 지갑을 열기가 힘들었다. 막내딸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니 6000만원대 차값이 버겁게 느껴진다. 노후 대비로 마련한 김밥집이 계속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그가 택한 것은 3000만원대 국산 그랜저였다.

 

 수입차 시장은 성장세지만 중장년층인 '5060'(50~60대)의 수입차 구매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퇴직이 빨라지고 자녀 교육비 부담이 올라가면서 한 때 수입차 핵심 고객층이던 중장년층의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수입차 개인구매고객 가운데 '5060'은 총 1만1069대를 구입해 24.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비중은 10년 전인 2004년만 해도 35%를 넘었다. 이후 매년 조금씩 비중이 줄어들어 2007년 29.1%를 기록하며 처음 20%대로 내려앉았으며 지난해에는 24.1%까지 떨어졌다.

 


*세로축 단위: %


 반면 '2030'(20~30대) 젊은 층의 수입차 구매 비중은 매년 늘었다. 올해 1~6월 '2030'은 모두 1만9742의 수입차를 구매했다. 전체 수입차 개인구매고객에서 차지한 비중은 44.5%로 절반에 가깝다.

 

 '2030'의 구매력 증가는 수입차 시장 성장세와 궤를 같이 했다. '2030'의 수입차 구매비중은 2004년 30.6%로 30%에 턱걸이한 수준이었다. 매년 비중을 늘려 2007년에는 40.3%로 처음 40%대로 올라섰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과 2009년 두 차례 30% 중반대로 내려간 것을 빼고 모두 40%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노후가 불투명해져 '5060'의 구매비중이 내려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퇴직은 빨라지고 자녀 교육비 부담은 올라가면서 이들 구매층의 소비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구주 연령이 50~60대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소비 지출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2000년 80%대 에서 2012년 70% 내외로 급감했다.

 

 반면 '2030'의 구매 증가는 수입차 시장 성장과 함께 2000만~3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 수입차가 대거 출시된 영향이 크다. 올해 1~6월 젊은층 구매가 절대적인 2000~3000만원대 수입차는 모두 1만7196대가 팔려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23%의 비중을 차지했다. 10년전만 해도 이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집에 대한 소유 개념이 약해진 대신 자동차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구는 높아진 점도 '2030' 수입차 구매가 늘어난 이유로 분석된다.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K씨(32)는 "10년 넘게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사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집을 못살 바엔 내 마음에 드는 수입차를 사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은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작다"며 "편안한 승차감 보다는 다이내믹한 주행능력이 구매 고려대상인 점도 수입차 인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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