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업계의 화제 가운데 하나가 수입 소형차다. 그동안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여겨졌지만 일부 수입사가 새로운 수익 창구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소형차 시장 촉진은 폭스바겐 폴로가 만들어 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출시 일주일만에 57대가 판매됐고, 한 달 뒤 무려 368대로 폭증했다. 덕분에 수입차 판매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달 역시 277대로 수입 소형차 중 판매 1위를 나타냈다. 

 


 당초 폭스바겐코리아는 폴로 판매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할 것으로 보고 가격도 최저 2,490만원에 책정했다. 수입차로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내비게이션이나 선루프 등이 폴로에는 없다. 같은 가격의 덩치 큰 국산 중형차가 각종 편의장치로 무장한 것과 비교하면 상품성은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신차 효과여서 최소 6개월 이상 판매를 살펴봐야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폴로의 시장 안착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폴로 런칭 때 판매량이 적을 것으로 짐작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얼굴마저 붉어진다.  

 

 폴로가 초반 인기 몰이에 성공하자 수입 소형차 가능성에 대한 업계 전망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소형차 시장의 부흥은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현재 소형차 시장은 단 몇 차종에 의존하고 있다. 상품성과는 동떨어진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폴로 인기 역시 전반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폭스바겐' 브랜드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국산 중형차를 살 수 있는 2,500만원을 선뜻 작은 차에 지불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수입차 전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흐름이야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시장을 지배해 온 브랜드는 단연 독일 업체들이다. 실제로 독일 기업은 올 상반기 점유율 66.7%를 기록, 시장 과반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 15.6%, 미국 7.3%를 크게 앞선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말 독일차 품질이 일본차나 미국차에 비해 높아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100%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상품성은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 수치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을 잘한 업체들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는 단연코 "독일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판매를 이끄는 것은 상품성보다 브랜드 파워가 좌우하는 측면이 크다는 이야기다.

 

 

 물론 독일 기업은 각자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매우 노력해 왔다. 그렇다고 다른 경쟁사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한때 혼다가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입차 최초로 1만대 판매를 넘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혼다차에 대한 이미지는 '일본차' 외에 현재는 크게 남아있지 않다. 유행을 선도하기에 너무 빈약한 키워드다. 볼보도 마찬가지다. '안전의 대명사'라는 별칭이 있지만 그것 외에 뭐가 있는가를 따져본다면 역시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안전은 누구나 강조하는 보편적 가치에 불과하다.

 

 반면 BMW는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강조한 '다이내믹 이피션트' 슬로건을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주지시켰다. 언뜻 상반된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소비자가 납득할만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하게 표현해왔다. 여기에 상품 기획을 가치가 수용되는 '디젤'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단숨에 시장 선두 타이틀을 차지했다. 국내 수입 디젤의 시작은 BMW가 아니었지만 현재 수입 디젤의 강자는 단연 BMW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효율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전혀 다른 가치인 '즐기는 삶(JOY)'을 브랜드에 부여하고 있는 것. 그 시작은 영종도에 조성 중인 BMW 드라이빙센터다.

 


 폭스바겐도 국내에서 이미지를 잘 확립해놓은 브랜드 중 하나다. 골프라는 불세출의 해치백 효과가 컸다. 폭스바겐은 골프를 모두에게 어울리는 차가 아닌, '젊은 사람만의 차'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번 빠지면 좀처럼 눈길을 돌리지 않는 젊은 소비자를 섭렵한 것. 젊은이들 사이에서 골프는 유행처럼 번져나갔고, 폭스바겐은 젊음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렇게 확보된 이미지는 다양한 차급에서 성공을 불러왔으며, 될 것 같지 않던 폴로의 선전을 가능케했다.

 

 아우디도 이미지를 잘 가꾼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4륜구동 세단 시장에서 아우디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는 영업사원들의 힘이 컸다. 겨울철 눈이 많이 오면 아우디 세일즈맨들은 콰트로 장착 차를 끌고 나간다. 후륜구동차가 많은 BMW와 벤츠가 도로에서 헤매고 있을 때 그 사이를 콰트로가 달린 아우디가 유유히 빠져나간다. 장점을 실제로 보여주며 효과를 극대화시킨 사례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플랫폼 통합'이 각 제품의 개성을 죽이고 있는 것.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가 동일한 플랫폼 내에서 생산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크라이슬러와 짚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페라리와 마세라티에도 동일하게 사용된다. 각 차의 특성이 사라지고, 플랫폼이 동일한 차의 특성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때문에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브랜드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은 더욱 중요해졌다. 개성이나 차별성을 둘 수 있는 곳이 브랜드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탓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의 필수조건은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풍족한 돈은 마케팅 싸움에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절대적인 힘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 수 있어야 한다. 하위 업체도 아이디어가 좋으면 얼마든지 상위 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 누구라도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브랜드는 BMW보다 좋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데, 왜 팔리지 않을까"라고. 그런 사람에게 종종 되묻는다.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빤하다. 돈이 없어 못했다는 것이다.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물어보지 않았는 데도 말이다. 아이디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그래서 브랜드 파워의 핵심인 것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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