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서해안 고속도로. 현대차 그랜저가 시속 100km로 2차선 정속주행중이다. 1차선에서 트럭 한 대가 끼어들자 속도를 줄여 자리를 내준다. 트럭과의 차간 거리가 확보되자 다시 속도를 100km로 올린다. 여기까지는 일반 고속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그랜저 내부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운전자가 핸들을 놓고있다. 가속페달에서도 발을 떼고 있다. 이 그랜저는 현대차가 개발 중인 무인 시스템이 탑재된 시험 차. 이 차에 적용된 차간거리제어(SCC) 기술과 차선유지제어(LG) 기술은 이미 에쿠스와 K9 등에 탑재돼 상용화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친환경차와 함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른 '무인 자동차' 사업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하며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오른데 이어 무인 자동차 관련 기술을 잇달아 상용화하고 있는 것. 미래 먹거리 사업 선점을 위한 '투 트랙' 전략이 가동된 셈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남양 연구소와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주축으로 국내 전자업계와 협업해 개발한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시스템'을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공급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시스템은 차간거리제어와 차선이탈 방지, 자동주차, 타이어공기압경보 등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보조해 주는 기술을 묶은 것으로 무인자동차 시대를 열기 위한 선행 기술이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의 조작 없이 움직이는 차를 개발 중이다.

 

 관련 기술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샌드마켓스'에 따르면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시스템을 구성하는 차간거리 제어장치와 차선이탈 방지장치 등은 5년 뒤면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1억개가 거래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출시되는 거의 모든 차동차에 이 기술이 적용되는 셈. 관련 부품시장 경제 유발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 자동차부품연구원은 2015년까지 글로벌 전장부품 시장규모가 약 58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인자동차 관련 기술이 개발 첫 단계부터 주목을 받는 까닭은 '환경'과 함께 '안전'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실수를 사전에 차단해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 무인자동차 기술의 핵심.

 

 글로벌 자동차 주요시장은 무인차 관련기술 의무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2014년 전 차종에 타이어 공기압 체크 장치를 의무 적용키로 했으며 2015년이면 차선이탈 방지시스템도 모든 차에 탑재된다.

 

 미국은 타이어 공기압 체크 장치에 이어 곧 차선이탈 방지시스템도 의무화할 예정이며 한국도 올해부터 타이어 공기압 체크 장치를 의무화했다. 무인차 관련 기술 시장규모가 늘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매년 시무식에서 품질과 함께 강조하는 부분도 '안전'이다.

 

 물론 무인차 관련기술 후발업체인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선도 업계를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무인차 관련 독자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는 독일 콘티넨탈과 보쉬, 일본 덴소, 프랑스 발레오 등으로 이미 2002년을 전후로 차선이탈 방지, 차간거리 제어 기술 등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보다 약 5년 뒤 개발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 부문 선도업체인 콘티넨탈은 BMW와 벤츠, 제너럴모터스, 토요타 등 거의 모든 글로벌 브랜드에 관련 기술을 공급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현대·기아차에만 자사 기술을 적용한 상태다.

 

 하지만 전자 업계의 지원이 필수적인 무인차 기술의 특성 상 현대차그룹은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전자 업계와 협업이 유리해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쉽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LG가 무인차 관련 기술 협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LG는 계열사 LG이노텍을 통해 무인차 관련 기술의 핵심인 센서 기술 개발을 현대차그룹과 협업중이다. LG전자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자동차 부품 사업역량을 집결해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자기기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과 자동차의 외형을 제어하는 바디컨트롤러유닛(BCU)을 개발 완료했다.

 

 '창조경제'를 화두로 삼은 정부의 지원사격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중기간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무인차를 만들고 자꾸 발전하다 보면 그건 자동차가 아니라 돌아다니는 IT기기가 되지 않을까"라며 "창조경제 주역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도록 좋은 기업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본 기사의 저작권은 머니투데이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