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한국 공장 생산물량 일부를 스페인으로 옮기기로 함에 따라 한국GM의 일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본급 인상과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 임금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노조가 부분파업 중인 상황이어서 자칫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이날 “이전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적극 대응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GM, 한국서 발빼나

 

 GM의 한국 생산물량 이전은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달 독일의 한 경제지는 GM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쉐보레 트랙스(오펠 모카)의 스페인 공장 생산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극심한 실업 문제를 겪는 유럽 쪽에서 흘린 얘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생산물량 이전은 결국 사실이 됐다. 한국GM은 “유럽 수출물량을 스페인으로 이전하더라도 국내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소형 SUV의 판매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펠 모카는 국내에서 올초 출시한 1.4ℓ 가솔린 SUV 트랙스와 플랫폼(차체 뼈대)을 공유하는 쌍둥이 차량이다. 트랙스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4182대가 팔렸다.

 

 올해 1~6월 수출 대수는 8만3792대로 국내차종 중 수출 순위 5위다. 상반기 한국GM의 전체 내수 판매실적(6만5203대)을 훌쩍 넘어선다. 상반기 선적 기준 수출량(33만6289대) 중 트랙스의 비중은 16%를 차지한다. 이 물량이 줄어들면 타격이 작지 않다. 생산물량 이전에 따라 한국GM은 유럽 수출 물량 16만대(연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생산이 효율적”
 
 업계는 생산물량 이전 이유로 국내 생산성 하락, 운송비 절감, 효율성 등을 들고 있다. 국내 판매 대수가 적어 차라리 소비지인 유럽에서 생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늘어나는 스페인의 경우 인력 조달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한국GM은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반환 소송으로 8000억원에 이르는 임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1,2심 소송에서 사측이 패해 올해 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교섭 난항…5일째 부분 파업

 

 한국GM 노조는 지난 4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임금협상이 진행된 이날도 주·야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는 등 5일째(월요일 제외) 파업을 이어갔다. 회사 측은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침체돼 있어 물량 부족 현상이 없지만 수출은 사정이 다르다”며 “현재 재고 물량으로 간신히 물량을 맞추고 있는데 파업이 길어지면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40만149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내수 판매(6만5203대)는 전년 동기에 비해 8.8%, 수출(33만6289대)은 0.4% 각각 감소했다. 지난달 판매는 7만237대(내수1만161대, 수출 6만76대)로 작년 동월보다 10% 줄었다. 내수 판매는 25%, 수출은 6.8% 각각 감소했다. 수출이 부진한 것은 해외 판매 물량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유럽 시장이 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노사는 11일 22차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타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GM 노조는 11일 주·야 4시간씩 파업을 하고 다음주부터 파업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전예진/이건호 기자 ace@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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