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소형차 판매가 늘면서 시장이 확장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중되는 형편이다. 상품성보다 브랜드에 민감한 소비 성향 탓이다.

 

폭스바겐 폴로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 소형차 판매는 5,107대로 지난해 3,968대보다 28.7% 성장했다. 이는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 성장률 19.7%과 비교해 약 9%P 앞서는 성적이다. 그야말로 소형차 성장세가 매서운 것. 같은 기간 국내 판매 중인 수입 소형차도 26종에서 31종으로 늘었다. 이는 소형차 시장이 확장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왔고, 수 많은 수입 업체들이 소형차를 뒤 따라 도입했다. 피아트 500과 푸조 208, 폭스바겐 폴로 등이 대표적이다. 

 

푸조 208

 

BMW 1시리즈

 

 그러나 현재 수입 소형차 시장은 일부가 주도할 뿐이다. 

 

 실제로 소형차의 대명사 미니의 경우 SUV 계열인 컨트리맨을 제외한 상반기 판매량은 1,803대로 35.3%의 비중을 보였다. 하이브리드라는 희소성을 가진 토요타 프리우스는 746대(14.6%)를 기록했으며, 폭스바겐 폴로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704대를 판매, 13.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BMW의 1시리즈 역시 688대로 13.5%로 집계됐고, 벤츠 B클래스는 427대를 판매, 8.4%를 차지했다.

 

토요타 프리우스

 

 반면, 피아트 500(컨버터블 포함)은 상반기 159대에 그쳐 3.1%에 머물렀고, 푸조는 207과 208을 합해 간신히 365대를 판매해 7.1%에 그쳤다. 시트로엥 DS3 판매량이 143대, 2.8%에 불과했다. 렉서스 CT200h는 71대(1.4%), 볼보 C30은 31대(0.6%) 수준이다.

 

피아트 500(친퀘첸토)

 

 이 같이 상위권과 하위권 판매 편차가 심한 이유는 시장이 브랜드 파워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서다. 아무리 입문용 소형차라도 소비자는 수입차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려 하고,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높은 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즉, 폴로를 구매한 소비자 대다수는 폴로가 특별히 상품성에 높아 구입한 것이 아니고,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려 한다는 결론이다.

 

시트로엥 DS3


 동급 국산차보다 현저히 비싸지만 '소형차'라는 특수성이 고려돼 가격에도 민감하다. 경쟁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높으면 철저히 외면을 받는다는 것. 피아트 500의 경우 국내 판매 가격은 2,690만~2,990만원에 설정됐는데, 이는 폭스바겐 폴로의 2,490만원보다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500만원 비싸다. 두 차의 상품성이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때 브랜드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저렴한 폴로로 소비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체마다 쟁쟁한 소형차를 출시하는 데다 대규모 할인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벤츠 A클래스

 

 우선 벤츠는 8월 신형 A클래스를 국내 소개한다. 트림을 3종으로 구성하고, 가격을 3,000만원 중반에서 4,000만원 중반까지 설정,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했다. 같은 시기 시트로엥도 DS3의 컨버터블 버전인 DS3 카브리오를 출시한다. 주력 차종은 아니지만 틈새를 공략할 차종으로 판매를 보완하는 차원이다.

 

아우디 A3 세단


 국내에서 달랑 6대가 판매된 아우디 A3도 해치백에서 세단으로 형태를 바꿔 내년 상반기 국내 무대를 밟는다. 가솔린 1.8ℓ TFSI와 디젤 2.0ℓ TDI가 준비되며, 동급에선 유일한 세단형이어서 회사 기대가 적지 않다.

 

미니 오리지널


 한편, 수입 소형차 시장에서 미니는 2,590만원의 미니 오리지널을 지난 6월 출시한 후 곧바로 소형차 시장 장악력 확장에 나섰다. 2,000대를 한정 판매하며, 이미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소비자에 인도되거나 계약을 마쳤다. 이로 인해 일반 제품 판매도 함께 늘어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는 게 미니의 설명이다.


 피아트는 7월 한시적으로 가격을 500의 경우 450만원, 500C는 200만원 내렸다. 초기 가격 정책 실패를 인정, 돌아선 소비자 마음을 다시 돌려 놓겠다는 심산이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소형차 시장은 몇몇 업체가 주도해나가는 형태로, 독일 4사와 토요타가 이끄는 수입 전체 시장의 판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소형차의 경우 어느 차급보다 브랜드 파워가 크게 작용할 뿐더러 가격에도 큰 영향을 받는 차급이어서 수입차 상위권 업체가 파고들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는 과정이어서 현상이 고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업체 전략에 따라 향후 일부 업체만 살아남을지, 다양한 제품이 공존할 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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