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연구소는 ‘자동차 경량화 동향 및 경쟁업체의 대응’이란 보고서를 정몽구 회장 등 최고경영진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전세계적 연비규제 강화와 휘발유 값 상승으로 연비향상이 차량구매를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됐고 이를 위해 경량화가 핵심이며 특히 신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엔진효율을 높이거나 주행저항을 줄이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에 도달했거나 개선효과가 미미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최상의 대안이 경량화라는 것.

 

 보고서는 특히 차체구조의 주소재인 철강을 고장력 강판,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신소재를 대체하고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당시 세계 주요브랜드들처럼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 철강 등 소재업체의 상호 협력을 통한 공동개발을 역설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고장력 강판 적용 확대, 신소재 개발, 차체 설계 최적화 등을 통한 차체 경량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를테면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신형 싼타페의 공차중량은 1792kg(2.0 2WD A/T 기준)으로 구형 싼타페(2.0 2WD A/T 기준)의 공차중량 1830kg보다 40kg이나 줄었다.

 

 신형 싼타페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을 기존모델 보다 30% 포인트 가까이 높인 37.7%까지 적용해 현대차 차종 중 가장 높지만 10% 이상 차체는 가벼워 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기아차 K3 역시 공차중량이 1159kg(1.6 M/T 기준)으로 포르테(1.6 M/T 기준)의 1170kg보다 10kg 이상 감소했다.

 

 기아차의 대표 플래그십 모델 K9 또한 엔진에 알루미늄 블록 및 플라스틱 서지탱크/로우어 인매니를 사용했고 변속기에도 알루미늄 캐리어, 플라스틱 오일팬 등을 써 경량화했다.

 

 현대차의 대표 차종인 에쿠스는 고장력 강판을 75%까지 확대 적용해 차체 구조의 강성을 높이면서도 차체 무게를 줄였다.

 

 2013년 4월 29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소재전쟁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는 5년전 보고서가 더욱 구체적인 대규모 투자로 현실화됐다. 폭스바겐이 골프의 무게를 100kg 줄이는 등 차체 경량화 추세가 가속화된 것에 정회장이 자극을 받은 것.

 

 그렇지 않아도 ‘가벼워야만 팔리는’ 시대인 까닭에 현대차그룹은 특수강과 철 분말 등 첨단소재 개발에 1조1200억원을 신규 투자계획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엔진과 변속기의 필수 소재인 특수강과 고품질 철 분말 선행 개발과 생산을 위해 충남 당진에 특수강 공장과 철 분말 공장을 각각 신설한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간의 공동연구체계를 강화해 이종산업 간 기술협력을 통해 경량화, 안전성 강화, 연비향상 등을 도모키로 했다.

 

 이는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이 차량의 경량화와 고강도화 고지 선점을 위해 특히 철강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해 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2005년부터 폭스바겐, 볼보, 피아트 등 6개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철강-소재업체 10곳-대학·연구소 22곳 등 총 38개 기관이 협력하는 ‘슈퍼라이트-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는 AK스틸, 아르셀로미탈, 티센크룹 등 6개 철강업체와 협력하는 ‘오토-스틸 파트너십’을 통해 프론트 모듈 부문에서 30%를 경량화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티센크룹과 기술협력을 하는 가하면 토요타-신일본제철, 혼다-JFE스틸 등 일본계 완성차와 철강업체들도 초고장력강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경량화를 강조한 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들러 소재 등 차량 경량화와 관련 연구개발(R&D) 결과를 점검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특수강 투자는 하나의 시발점이며 경량화에 대한 투자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경량화에 대한 시설이나 R&D 투자확대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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