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른바 '억지 신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신차 부족에다 판매 어려움까지 더해지자 차명(車名)을 바꾸거나 편의사양을 추가한 상품성 보완으로 대체하고 있다.

 

 

2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산차 회사들이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차 이름을 선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옵션 세분화 또는 내외장 색상 추가를 통해 신차 이미지를 포장하고 있는 것. 기존 모델에 새 이름을 붙이다 보니 차명마저 길어지고 있다.

 

한국GM은 최근 준대형 세단 알페온의 일부 등급(트림) 이름을 '알페온 슈프림 블랙'으로 바꿨다. 쉐보레 차종의 경우 인테리어 색상을 바꾼 중형 SUV 캡티바는 '캡티바 다이내믹 레드 에디션'으로 변경했고, 소형차 아베오는 '아베오 펀 에디션'을 추가했다.

 

쌍용차는 이달 들어 코란도 투리스모 리무진을 추가했다. 기아차 카니발 리무진과 같은 고급형을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 설명. 차명은 '코란도 투리스모 샤토'로 프랑스어로 대저택을 뜻하는 '샤토'를 붙였다.

 

르노삼성차는 중형 세단 SM5에 1.6ℓ급 터보 엔진을 얹고 차명을 'SM5 TCE'로 바꿨다. 다운사이징 엔진의 고성능 강조는 물론 SM5 2.0 플래티넘과 차별화 하기 위한 것. TCE는 배기가스를 활용해 압축한 공기와 연료를 엔진 실린더에 직접 분사해 출력을 높인 '터보차저 엔진(Turbo Charger Engine)'을 뜻한다.

 

현대·기아차도 내수 부진에 연식 변경시 차명을 바꾸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중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승용·RV 판매량은 기아차가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다. 싼타페 인기로 전체 판매분을 만회하고 있는 현대차도 승용 판매량만 놓고 보면 작년 보다 11%나 급감했다. 

 

올 하반기 후속 모델이 나오는 제네시스는 지난달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 더 블랙'이란 이름으로 교체됐다. 신차가 나오기 이전까지 판매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 내년에 신형 LF쏘나타로 모델 변경을 거치는 쏘나타 역시 2014년형 이름은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다.

 

올 들어 신차가 적은 데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놓고 판매 돌파구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뭔가 특별함이 없으면 소비자 시선을 끌기가 쉽지 않다"면서 "차명이 바뀐 모델은 신차 보다는 상품성 개선 모델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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