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해 오던 자동차 연비시험을 국토교통부가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이중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손톱밑 가시 뽑기’라는 표현을 쓰며 규제축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 부처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아 기업들의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산업부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두 부처는 당초 자동차 연등급 표시(라벨) 연비와 자동차등록증 연비를 일치시키기로 합의하고 연비측정방법 공동고시를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공동고시에 대한 두 부처간 이견으로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연비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산업부는 오는 8월까지 연비 산출식 개선, 사후관리 허용오차 강화 등 연비 관리 규정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연비시험방법 공동고시를 하반기에 제정하고 위반할 경우 언론에 공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사후관리를 공개적으로 할 계획이다.

 

 국토부에서는 그동안 산업부의 연비시험결과를 준용해 왔으나 지난해 2월 국토부 연비값을 산업부 연비값으로 준용하는 규정을 삭제한 뒤 이런 안을 준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중복규제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자동차 연비 관련 시험방법과 사후관리 등에 관해서는 산업부, 국토부 뿐만 아니라 환경부까지 3개 부처에서 각각 다른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통해 연비표시와 평균연비기준 달성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각각의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와 과징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도 ‘자동차관리법’에 ‘자동차등록증 및 제원표에 연비표시, 자동차 안전기준에 연비를 포함’시켜 놓고 자동차업체들이 제출한 연비값의 오차가 5%를 초과할 경우 공개 및 과징금 부과하고 있다.

 

 환경부도 대기환경보전법에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표시 및 평균 온실가스기준 달성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역시 각각의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한 부처에서 시험방법을 개정하거나 하면 나머지 부처의 시험방법이 동일하게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이중규제 소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험방법이 부처별로 다르면 동일차량에 대한 연비(CO2)측정을 3개 부처에서 따로 측정해야 한다.

 

같은 차량을 3개 부처에서 각각 다른 절차와 방법을 통해 연비(CO2) 값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확인함으로 인해 대상차량 및 기간이 증가하는 폐단도 생긴다.

 

 자동차 업체의 측정설비에 대한 적정성을 3개 부처에서 중복하여 검증 받아야 한다.

 연비값이 허용오차기준을 초과할 때에도 3개부처 관련 규정에 따라 각각의 벌칙을 부여할 수 있으므로 중복처벌도 불가피하다.

 

 정부 부처별로 연비값과 사후검증 결과가 다른 경우 소비자 혼란도 초래할 수 있다.
부처별로 연비 시험기관 및 사후검증 절차·방법 등이 다르므로 연비값과 사후검증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후검증 결과가 상이할 경우 소비자 민원 발생이 증가하고 연비 관련 집단소송 발생도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정부 부처의 눈치를 보느라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자동차 업계나 관련 전문가들은 “시험방법을 하나로 통일하고 이를 바꿀 경우 부처별 관련 규정이 동시에 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후관리 부처도 일원화하거나 부처간 통합 사후관리를 하는 게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법규 위반시 각 부처별 규정에 따라 과징금, 과태료 등의 벌칙이 중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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