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3세대 IS 국내 출시와 함께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과 인근 도로에서 비교체험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신형 IS는 지난해부터 렉서스가 진행해온 브랜드 이미지 쇄신의 완성형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번 행사는 변화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경쟁차종으로 지목한 BMW 3시리즈 및 벤츠 C클래스 비교 시승은 물론 상위 차종인 GS의 서킷 주행도 마련한 게 특징이다. 서킷과 공도에서 주행을 진행, 강화된 역동성과 함께 브랜드 특유의 정숙성과 승차감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IS 개발을 진두지휘한 본사 엔지니어가 신차 개발 뒷이야기와 자세한 제품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프로그램은 GS 퍼포먼스 체험, IS 공도 주행, 상품 설명, IS 비교 시승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GS 퍼포먼스 체험


 IS 시승 행사에 GS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 것은 낯설다. GS는 이미 지난해 3월 경쟁차종과 비교시승 행사를 진행했던 것. GS가 아우격인 IS의 잔치에 등장한 이유는 브랜드 변화의 핵심인 '역동성'의 시작이 GS에 있어서다. 주행의 즐거움을 강조한 운동성의 원류를 확인하자는 취지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 IS인 만큼 GS 체험은 '맛보기' 수준이었다. 다만 GS250, GS350, GS350 F스포츠, GS400h 등 전 트림을 투입, 신차 시승 전 렉서스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 깊이 있게 성능을 느끼기엔 다소 짧은 코스였지만 렉서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역동성과 편안함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두 가지 가치를 성공적으로 결합했다는 것. 조용한 내부에서 듣는 잘 튜닝된 엔진 음색, 다소 무리한 주행에도 스스로 자세를 잡아나가는 능력은 독일 스포츠 세단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IS 공도 주행


 본격적으로 IS 시승이 시작됐다. 인제 스피디움을 출발해 인근 산길을 지나 인제 만남의 광장까지 왕복 60㎞ 구간이다. 시승차는 IS250 이그제큐티브가 준비됐다.

 

 

 운전석에 앉자 생각보다 낮은 시트 포지션이 인상적이다. 시트 형태 역시 버킷시트처럼 몸을 다잡아준다. 스포츠카에 탄 기분이 든다. 티타늄 느낌의 소재로 꾸민 3스포크 스티어링휠과 패들 시프트 역시 달리기 성능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새로 추가된 주행모드 선택 레버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에코, 노멀, 스포트 모드를 지원한다.

 

 지난 세대에서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던 실내는 많이 개선됐다. 센터페시어 구성은 고급차에서 볼 수 있는 수평식 구조를 따랐다. 중간에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 역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요소다. 가죽으로 마감된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촉감도 만족스럽다. 공조기 온도조절 장치에 터치 방식을 적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놓고 움직이자 경쾌한 엔진소리와 함께 가볍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스포츠모드인 만큼 3~4,000rpm까지 엔진 회전을 풍부하게 이용한다. 변속기를 매뉴얼에 두고 가속 페달을 밟자 타코미터 바늘이 6,000rpm을 넘어 거침없이 치닫는다. 날카로운 엔진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외부 소음이 극단적으로 차단된 실내를 잘 조각된 엔진 사운드가 채워나간다. 오디오 볼륨을 줄이고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본격적인 와인딩 코스에 진입해 몸놀림을 느끼는데 주력했다. 차선을 타고 흐르듯 유연한 몸놀림이 인상적이다. 운전자가 의도하는대로 기민하게 반응한다. 여기에 일반 세단용인 브리지스톤 투란자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코너링 시 한계치가 상당하다. 평소 브레이크를 밟았을 시점에서도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충분히 빠져나간다. 심리적인 장벽만 없었으면 더 몰아붙여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뒷바퀴굴림 특유의 차체 움직임이 운전 재미를 더한다. 뒤에서 추진력을 받아 밀려나가는 만큼 앞뒤 움직임이 앞바퀴 굴림과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뒷바퀴굴림은 오버스티어링(스티어링휠을 조작한 것보다 더 많이 차가 꺾이는 현상)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차체 역학 통합 제어 시스템(VDIM)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확한 조향성능을 보장한다.

 

 운전자 교대 시점에서 외관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봤다. GS에서 시작된 패밀리룩 '스핀들 그릴'이 큼직하게 앞면에 자리 잡았다. 처음 디자인이 공개됐을때 다소 과장됐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성능을 체감한 직후여서 그런지 공격적인 인상이 썩 잘 어울린다. L자형 LED 주간 주행등도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이전 차종보다 조금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원표를 살펴보니 길이 85㎜, 너비 10㎜, 휠베이스가 70㎜ 각각 늘었다. 그 결과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우선 2세대 IS 대비 뒷좌석 무릎공간이 85㎜ 늘어났다. 6:4 폴딩 시트를 적용해 큰 짐을 싣기도 편리해졌다. 트렁크 공간도 480ℓ까지 확보했다.

 

 ▲상품 설명


 공도 주행을 마친 뒤 IS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IS 개발에 참여한 나오키 코바야시 렉서스 개발센터 부수석 엔지니어가 직접 신차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IS가 주는 운전의 즐거움은 정교한 스티어링휠 반응이 핵심이다. 차체 강성을 높이고 스티어링 휠 기어박스 내부를 개량해 마찰을 줄였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스테빌라이저바의 효율을 높여 스프링 세팅을 일반 세단에 가깝게 가져가면서도 스포티한 성능을 확보했다.

 

 

 코바야시 부수석에 따르면 IS에 적용된 새로운 시도들은 개발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L자형 독립 헤드램프의 적용을 찬성한 사람은 코바야시 자신과 디자이너 둘 뿐이었다. 범퍼 성형이 어렵고 부품수가 늘어나 생산비용이 올라간다는 게 주위 반응이었다. 측면 캐릭터 라인 역시 처음 적용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디자인 쇄신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접착공법에 대해서도 설명에 공을 들였다. 렉서스는 합판을 접합할 때 스팟 용접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두 합판 사이의 모든 접점을 용접하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스팟)에 열과 전류를 가해 접합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스테이플러로 종이를 집을 때처럼 합판 사이에 틈이 남는다. 차체 강성을 떨어뜨리고 진동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다. 틈을 접착제로 붙여 전체적인 성능을 향상하고 경량화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

 

 코바야시 부수석에게 IS를 즐기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오감으로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신차 개발 당시 자동차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뒀다는 것. 특히 스티어링 휠을 쥐는 손끝, 페달을 밟는 발끝 감각을 최대한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킷 비교 체험

 


 마지막 세션은 IS250 F스포츠와 BMW 320d, 벤츠 C200의 비교 시승이다. 심한 고저차와 난도 높은 회전 구간으로 구성된 인제 서킷에서 주행 성능을 비교 체험해보는 시간이다.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코스를 공략하며 IS의 스포츠 주행 실력을 확인했다.

 

 우선 IS250 F스포트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자 일반 IS와 다른 계기판에 눈이 간다. 중앙 속도계와 양 옆에 오일 온도계, 연료계가 자리 잡았다. 스티어링 휠 메뉴 버튼을 누르자 속도계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중앙에 트립컴퓨터 창이 나타난다. 기계적인 움직임이 매력적이다. 시트도 일반 IS와 다르다. 브랜드 최초로 표피 일체 발포 공법을 이용해 시트를 제작, 일체감을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 일반 시트보다 강하다.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고속 회전, 헤어핀, 슬라럼, 직선 가속 구간 등으로 구성됐다. 출발하자마자 S자 코스에 이어 오르막 커브 구간이 나타났다. 폭발적인 힘은 아니지만 등판 성능이 부족하진 않다.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만나는 코너도 브레이크보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연속 회전 구간에서도 자세를 다잡는 능력이 야무지다. 헤어핀 구간에서 코너 진입이 조금 늦었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지만 충분히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자제어장치 개입이 절묘하다는 느낌이다.

 

 

 비교 대상으로 준비한 BMW 320d와 벤츠 C200 시승이 이어졌다. 두 차종 모두 디젤 터보 엔진을 얹은 데다 배기량도 달라 IS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수치적인 비교보다 주행 시 느낌을 비교하는 데 주력했다. 두 차 모두 높은 완성도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명차들이다.

 

 주행 감각을 비교하기에 앞서 정숙성 차이가 우선 다가온다. 디젤차와 가솔린의 극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두 차 역시 상당한 수준의 정숙성을 갖췄지만 렉서스 특유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엔진 음색과 배기음 등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 성향에 크게 의지할 것 같다.

 

 두 차의 주행 실력 역시 훌륭하다. 준중형 스포츠 세단의 강자답게 서킷을 즐기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특정 차에서 오버스티어링이 조금 더 난다는 느낌이 들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어떤 차가 우월하다고 말하기보다 각각의 개성이 있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총평


 신형 IS에 대한 렉서스의 자신감이 상당하다. 디자인, 주행성능, 편의·안전품목 등 모든 면에서 진보한 3세대 IS에 대한 기대감은 앞서 출시한 일본 내 성공을 거두며 확신으로 바뀐 듯하다. 브랜드 특유의 승차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을 갖춘 IS는 분명 독일 스포츠 세단과 다른 매력이 있다. 출시 전부터 '3시리즈를 잡겠다'고 공언한 것을 단순히 마케팅 퍼포먼스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독일 스포츠 세단이 수많은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요인은 비단 성능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가격 정책이 더해져 상품성이 극대화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토요타도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슈프림 4,790만원, 이그제큐티브 5,530만원, F스포츠 5,330만원이다. 물론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인제=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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