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는 로망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 비교할 수 없는 주행 성능,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브랜드 파워의 결과는 가격이다. 일본의 한 자동차 전문기자는 자신의 드림카인 페라리를 구입한 후 10년 간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일반인은 따라 하기 어려운 열정이다.

 

 '가성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만족스러운 정도를 의미하는 단어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상품성이 높다는 말이다. 마냥 싼 물건이 가성비가 좋은 건 아니다. 가격만큼이나 품질 역시 가성비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보통 사람이 비싼 수입 스포츠카를 구매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언젠가 나도 한 번...'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차도 분명히 있다. 국산 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을 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비교적 현실적인 가격에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며 최고의 가성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차가 있다.  주인공은 '페어레이디'로 불리기도 했던 닛산 Z라인의 6세대 370Z다. 마이너 체인지를 거치며 상품성이 강화된 370Z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길이 4,250㎜, 너비 1,845㎜, 높이 1,315㎜, 휠베이스 2,550㎜다. 실루엣은  짧은 오버행과 '롱 노즈, 숏 테크'의 전형적인 쿠페형 스포츠카다. 차고가 생각보다 높다는 느낌이다. 반면 시트 포지션은 일반 스포츠카처럼 매우 낮다. 덕분에 170㎝ 중반의 키라면 차에 앉았을 때 머리가 천정에 닿는지 신경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전면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 범퍼 양 끝으로 LED 주간주행등이 추가됐다. 여기에 펜더 앞부분과 범퍼 하단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추가되면서 집중력 있는 인상이 만들어졌다. 공기흡입구에 있던 송곳니 모양의 구조물이 사라진 점도 눈에 띈다. 부메랑 모양의 헤드램프와 극단적으로 강조된 사이드 펜더는 여전하다. 미국 머슬카와 다른 섬세한 매력이 느껴진다.

 

 

 옆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퀴쪽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휠 디자인이 비교적 단순했던 5스포크형에서 정교한 더블 5스포크로 변화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브레이크 캘리퍼를 붉은색으로 처리했다. 제동성능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밖에 앞 펜더 뒤에 위치한 'Z'로고나 다소 과장됐다고 느껴질 정도로 볼륨감이 상당한 후면 등은 이전 차종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인상이다.

 

 

 실내는 지극히 기본에 충실하다.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춰 비교적 단순하지만 소재의 질은 높다. 전체적으로 4년 전과 큰 변화는 없다. 고급 가죽과 스웨이드로 마감된 실내는 시각 또는 촉각적으로 만족스럽다. 스포츠카로는 실내공간도 넓은 편이다. 일상 주행을 고려한 판단이다. 운전석에서 답답함을 느끼진 못했다. 조수석도 마찬가지다.

 

 

 계기반 중앙에는 엔진 회전수가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대시보드 상단 중앙에는 각각 수온, 전압, 시간을 표시하는 세 개의 클러스터가 자리잡고 있다.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배치다. 패들 시프트가 장착된 스티어링휠도 약간의 조작 버튼이 있을 뿐 간결함은 그대로다. 센터페시어 구성도 최대한 깔끔하게 꾸몄다.

 

 USB 포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별도의 케이블을 준비하지 못해 AUX단자를 이용할 수 없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FM 라디오 청취에만 이용했다. 충전을 위해 찾았던 시거잭은 암레스트 수납공간 안쪽에 있다.

 

 

 2인승 스포츠카에서 수납공간의 넉넉함을 따지는 건 넌센스지만 좌석 뒤에는 개인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실내를 가로지르는 스트럿바는 공간 활용보다 차체 강성을 위해 선택한 구조물이다. 풍만한 뒤태 덕분에 트렁크는 깊지 않지만 폭이 넓다.

 

 

 ▲성능


 동력계에 변화는 없다. 기존 370Z와 동일한 V6 3,696㏄ DOHC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제원표상 성능도 최고 출력 333마력, 최대 토크 37㎏·m로 동일하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카랑한 소리가 지하주차장을 가득 채운다. 중저음보다 고음이 도드라진다.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된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자 부드럽게 출발한다. 힘이 넘치지만 확 튀어나가진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페달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면 자칫 운전이 피로해질 수 있다. '날마다 스포츠카'를 표방한 370Z답게 적절한 선을 잡은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다. 고속 주행 시 정확한 조향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가속 상황이라면 다양한 소리가 차 안을 채우며 달리기를 종용한다. 세단의 정숙성까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가속 시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며 내는 소리와 풍절음은 특히 유난하다. 다만 이전 세대에서 지적됐던 엔진소리와 변속 소음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정속 주행 시에는 비교적 고속에서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는 편이다.

 

 가속 시와 정속 주행 시 이질감은 주행 감각에서도 이어진다. 운전자가 속도를 높인다는 신호를 보내면 유감없이 스포츠카의 면모를 드러낸다.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오르며 펀치력을 발휘한다. 반면 정속 주행에선 의외의 승차감을 자랑한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110㎞ 이상에서도 무척 안정적이다. 7단 자동변속기 역시 변속 충격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몸놀림은 정확하면서도 항상 여유가 있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 중에는 전자장치 개입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위적으로 움직임을 조절하는 느낌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다. 370Z도 다양한 주행보조 장치가 움직임에 관여하지만 이질감은 적은 편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이어서 만족스럽다. 370Z에 탑재된 자동차 다이내믹 컨트롤(VDC)은 주행 속도와 조향 각도, 브레이크 압력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만약 차가 의도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엔진 출력을 떨어뜨리고 각 바퀴에 제동을 가해 자세를 바로 잡는다.

 

 계기반에 눈을 돌리자 엔진 회전 위험 구간(레드존)은 7,500rpm부터, 속도계상 최고 시속은 280㎞까지 표시돼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튀어나간다. 낮은 음역대의 배기음이 점점 차오르고, 속도계는 빠르게 움직인다. 잠깐이지만 일상 탈출 기분이 들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제동력이다. 앞바퀴 4피스톤, 뒷바퀴는 2피스톤 알루미늄 캘리퍼가 적용됐고, 14인치 발열 디스크 브레이크가 각각 장착됐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야 좋은 차다. 제동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운전이 편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속도를 줄일 때마다 정확한 제동 성능에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총평
 형 만한 아우가 없다지만 370Z는 닛산의 대표 슈퍼카 GT-R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차다. 넘치는 힘은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진중한 몸놀림과 편안한 승차감은 일상 주행에서 부담을 줄여준다. 극한 성능의 쟁쟁한 차들이 많지만 가격을 생각했을 때 만족도는 오히려 370Z가 낫지 않을까 한다. 가격은 5,79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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