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국내 중·소형 자동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입차=고급차'란 인식을 깨고 '수입차=대중차'란 등식을 정착시켜 영토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2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5월 한 달간 간판 중형차인 캠리(가솔린)와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등 3개 차종에 대해 진행한 할인 행사를 6월에도 연장하기로 했다.

 

 한 달간 이들 차량에 대해 300만원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결과 도요타 브랜드 차량의 판매 대수가 1천250대를 넘어섰다. 4월 도요타 판매 대수는 576대였는데 두 배를 훌쩍 넘긴 것이다.

 

 가격 할인으로 캠리 가솔린 2.5ℓ의 경우 풀옵션의 최고 사양에 TPMS(타이어공기압 모니터링 장치)가 기본 장착된 모델의 가격이 3천70만원이 됐는데 이는 현대자동차[005380]의 그랜저HG 240(2.4ℓ·3천12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산 대중차와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할인 행사에 대한 반응이 원체 좋아서 비슷한 수준에서 다음달에도 행사를 이어가려 한다"며 "확정되진 않았지만 대상 차종이나 할인 폭은 이번달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요타는 당장 수익성이 하락하더라도 일단 보급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중형·중대형 세그먼트는 가격만 좀 합리적이면 얼마든지 확장 여지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일단 거리에서 도요타가 많이 눈에 띄도록 만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요타는 또 최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라브(RAV)4도 내놨다.

 

 사실 한국토요타는 그동안에도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벌여왔다.

 

 캠리를 출시하면서 배우 김태희를, 렉서스ES에는 장동건을, 코롤라에는 구혜선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전을 벌인 바 있다.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을 대거 모델로 투입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차량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 중 한 곳인 포드도 대중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11년 대비 마케팅 분야 투자만 3배로 늘렸고, 딜러망 확충을 위해 작년 한 해 57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선인모터스 하나였던 딜러사도 프리미어모터스, 폴라리스오토 등을 포함해 3개로 늘었다.

 

 차량 라인업도 대폭 확충돼 작년 9월 소형 SUV 올-뉴 이스케이프를 시작으로 12월엔 중형차 올-뉴 퓨전, 올해 1월엔 준중형 포커스 디젤 등 신차를 연거푸 출시했다. 마케팅도 강화해 각종 광고도 크게 늘렸다.

 

 포드 관계자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 규모가 연 10만대를 넘기면서 프리미엄급 차량뿐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에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드는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포드 본사의 정상화와 차량 라인업 확충 등도 본격적인 승부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 수입차 시장의 강자였던 폭스바겐도 좀 더 대중적인 수입차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소형 해치백인 폴로를 출시한 데 이어 스테디셀러의 하나인 골프의 7세대 새 모델도 7∼8월께 새로 들여올 예정이다.

 

 폴로는 특히 인기가 높은 독일차로는 처음으로 2천만원대(부가가치세 포함 2천490만원)로 가격을 책정해 출시 한 달 만에 40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5월 들어 최근까지 폴로가 360대가량 팔려 4월 말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이 400대를 넘겼다"며 "소형 해치백이란 새 시장에 도전했던 셈인데 내부적으론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한결같이 수입차 고객을 일부 부유층,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움직임들이다. 수입차 시장 규모가 10만대를 넘어가면서 좀 더 대중적인 수입차 시장이 열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겨냥한 고객층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급성장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의 소비자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브랜드 시트로엥도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라인인 소형차 DS3를 출시하며 국내에 진출했고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도 올 2월 프리미엄 소형차 친퀘첸토(500)를 앞세워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모두 개성이 강하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면서도 미려한 선으로 외관을 단장한, 여성 취향이 강한 차들이다. 한국의 고소득 여성층을 겨눈 모델들인 셈이다.

 

 전통적인 한국 수입차 시장의 '강자'들도 소비자 외연을 확대하려는 행렬에서 빠지지 않는다. 부동의 1위인 BMW는 이미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소형 해치백 뉴 1시리즈를 출시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하반기 소형 해치백 모델인 '뉴 A클래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우디 역시 올 하반기 전 세계 최초로 출시될 프리미엄 소형 세단 A3를 내년 초께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수입차 시장이 고급차를 넘어 대중차로 확대되는 변곡점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주호 기자 sisyphe@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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