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금융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이끌어온 일본의 엔저 호황이 갈림길에 선 양상이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의 호황, 주가 상승 등 호재에 가려 있던 수입 공산품 가격 인상, 주택 관련 대출 금리 상승 등 부작용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애플이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제품 수입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달 31일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아이팟 등의 일본내 판매가격을 최대 20% 인상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 뿐 아니라 PC(개인용컴퓨터) 생산라인이 모두 해외에 있는 도시바는 6월 발매하는 랩톱 컴퓨터 가격을 지난 2월 발매한 제품에 비해 5천엔(약 6만원)∼2만엔(약 23만원) 인상키로 했다. 같은 업종의 NEC도 지난달 발매한 제품의 가격을 작년 가을 생산 제품에 비해 5천엔∼1만엔 올렸다.

 

 엔저로 밀 수입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야마사키(山崎)제빵과 시키시마(敷島) 제빵은 지난달 하순 식빵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식용유, 마요네즈 등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타 식료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더불어 미즈호, 스미토모(住友) 등 주요 4개 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단행한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금리 상승 추세를 반영, 5월에 이어 6월에도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물론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휘파람을 불고 있다.

 

 닛산은 지난달 중순, 해외판매용 인피니티 차량을 생산하는 도치기현 공장에서 미국에 수출할 신형 세단 'Q50'의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도치기현서 생산하는 수출용 차량 부문은 줄곧 적자였지만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흑자 전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또 마쓰다 자동차와 후지중공업도 엔저 영향으로 수출 실적이 좋아지자 지난달 직원들이 휴일까지 일부 반환해가며 생산라인을 돌렸다. 자동차 업계의 생산량 증가 등 요인으로 4월 광공업생산지수는 5개월 연속 상승했고, 같은 달 유효 구인 배율(구직자 1명에 대한 구인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도 2개월 연속 개선됐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지표에도 그늘이 숨어 있다. 고용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4월의 유효구인 중 정규직 사원의 비율은 42%로, 전년대비 1% 포인트 하락했다. 4월 유효구인 배율(계절조정치)은 0.89배이지만 이를 정규직에 한정하면 0.49배로 뚝 떨어진다.

 

 또 기업이 엔저 덕택에 거둔 수익을 고용 확대와 임금 인상 등으로 환원하는 움직임은 일부 대기업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과 관련,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엔저 요인만으로 경기회복을 이끄는 데는 한계에 봉착한 만큼 고용, 임금 등 실물경제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다이이치(第一) 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씨는 "이제까지 경기회복은 금융시장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고용과 임금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경기회복의 동인을 회복에 대한 '기대'에서 '실질'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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