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해치백 시장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이 '해치백' 스타일을 선호하기보다 해치백 브랜드를 추종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해치백 불모지로 분류되는 한국에서 폭스바겐 골프의 선풍은 이례적이다. 신형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재고 처리에 급급하지도 않다. 지난 1분기에도 인기는 줄지 않아 폭스바겐 전체 판매에서 41.8%를 차지했다.

 

 미니 역시 소위 '잘 나가는' 해치백이다. 2012년 3,043대로 51.3%(전체 5,927대)을 기록한데 이어, 전년 2,177대와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반면 혼다 시빅 유로는 3월 판매량 '0'대라는 굴욕을 맛봤다. 올해 1월 출시된 신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뼈 아픈 결과다. 2013년 누적 판매는 12대로 신차효과는 누리지도 못했다.

 

 볼보가 전략 해치백으로 분류하는 V40 역시 고전 중이다. 4월에 등장했지만 판매량은 7대에 그쳤다. 유럽에선 골프보다 많이 판매되는 포드 포커스 해치백도 한국만 들어오면 맥을 못춘다. 포커스 전체 판매량의 10%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세단이 더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다.

 

 해치백 판매량이 크게 오르지 못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내수의 세단 강세 때문이다. 국산차도 해치백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현대차가 대대적으로 돈을 쏟으며 부각시킨 'PYL 차종(벨로스터, i30, i40)'도 효과를 보지 못했고, 쉐보레 아베오와 크루즈 또한 해치백 판매 비중은 각각 27.6%, 6.3%다.

 

 이처럼 해치백의 편중 현상은 자동차를 과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무리 봐도 형태상 짐차에 가까운 해치백이나 왜건은 남들이 보기에 멋지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누가 봐도 멋있는 세단이 선호된다.

 


 이런 가운데 선전한 폭스바겐 골프와 미니 쿠퍼는 제품을 굳이 해치백으로 설명하지 않았던 점이 주효했다. 폭스바겐의 경우 젊은 소비층을 유인하면서 골프를 '젊음의 아이콘'으로 내세웠고, 미니는 쿠퍼를 앞세워 유행을 선도하는 차로 부각시켰다. 덕분에 폭스바겐과 미니는 20-30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이처럼 해치백 시장이 형성된 후 뒤따라 들어온 해치백은 주목받기 어렵다. 게다가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경쟁사가 쌍아 놓은 해치백 흐름에 무임승차하려는 태도는 문제로 지적된다. 세단보다 못하다는 해치백 고정관념이 의외로 확고하기 때문이다. 차별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골프와 미니를 제외한 해치백들이 이야기 하는 소구점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같은 브랜드 내 세단 경쟁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도 크다. 골프와 미니 쿠퍼는 처음부터 해치백에 시선을 모은 제품들이다. 동급에 세단 경쟁자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제품은 이미 동급 세단이 건재한 상황에서 해치백을 추가, 처음부터 내부 경쟁이 치열했다.

 

 실제로 포커스는 가솔린과 디젤 모두 해치백과 세단형을 동시에 내놔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 서로의 판매량을 침해했고, 볼보 V40은 출시 첫 달 시행된 S60의 프로모션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시빅 역시 해치백인 유로가 세단형보다 비싸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해치백에 대한 인기나 관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부 차종, 그것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던 차에 국한된 이야기다. 그래서 해치백 차종 출시는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흐름을 쫒거나 차종을 늘리기 위한 추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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