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엔저 바람을 탄 일본 업체의 공세와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저를 기회로 일본이 산업 전반에 걸쳐 부활의 신호탄을 올리자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자국 내 생산량 증산계획을 내며 그 선두에 서고 있다.

 

 중국은 고성장 및 개방화를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현재 5∼10년 가량의 한-중 자동차산업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중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로 대변되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수익성이 낮은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을 줄이며 해외시장 점유율이 점차 줄어드는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엔저 바람 탄 일본차

 

 미국내 대량 리콜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일본 자동차사들은 엔저 바람을 타고 생산체제를 본격적으로 원상 복구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오는 9월까지 일본내 공장의 하루 생산대수를 10%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생산은 20만대 가량 늘어난다.

 

 마쓰다도 올해 일본내 목표 생산대수를 기존 계획보다 5% 상향 조정해 90만대 이상으로 설정했고 스바루도 본사 공장의 생산능력을 10% 증강할 계획이다.

 

 닛산도 규슈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와 '무라노' 모델을 올 가을에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육박하자 최근 이전 계획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환율이 1엔 상승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200억엔씩 증가하는 만큼 환율혜택을 최대한 누리자는 포석이다.

 

 실적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일본 자동차업체의 본사는 엔고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해왔고 이를 해외 계열사 생산·판매에서 벌어들인 이익과 연결해 흑자로 계상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3월 말 끝난 2012회계연도에서 도요타, 닛산, 마쓰다, 혼다 본사의 영업이익은 2∼5년 만에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사들은 2년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脫)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부품공급자 다변화에 성공한데다 철저한 모듈화(단위 부품의 통합)를 통해 생산단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해 생산과 개발을 현지에서 진행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미국 시장 판매실적도 일본차의 달라진 모습을 뒷받침하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20만5천342대를 팔아 작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것을 비롯해 닛산 1%, 혼다 7%, 스바루 13%의 판매증가세를 기록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각각 2%, 15%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이에 따라 3월 미국 시장점유율도 현대·기아차가 작년 이맘때 8.7%에서 7.9%로 떨어진 반면 도요타가 14.1%에서 14.4%로 올라서는 등 일본 차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아울러 도요타는 2015년부터 미국에서 렉서스 세단 ES(배기량 3천500cc)를 생산하는데 이어 중국 생산도 검토하는 등 공세적으로 해외 생산물량도 늘리고 있다.

 

 반면 기아차가 현재 중국에 3공장을 짓는 것 외에는 한국 자동차업체의 해외공장 증설은 없는 상황이다.

 

 

◇ 경쟁자로 변신하는 중국차

 

 자동차 업계에서 중국은 그동안 '시장'이기만 할 뿐이었다.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력이나 수준이 낮아 이들을 '경쟁자'로 보는 시선은 없었다.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에 수출차량들이 주차되어있다.(자료사진)

 

그러나 올해 열린 '2013 상하이 모터쇼(Auto Shanghai 2013)'는 경쟁자로서 중국 자동차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 '빅3'에 드는 체리는 신차 '알파7' '베타5'를 발표하면서 유럽 자동차 명가 출신의 인재들을 영입했음을 과시했다.

 

 포르셰와 메르세데스-벤츠 출신의 기술진과 디자이너를 신차발표회에 동석하게 해 소개한 것이다.

 

 체리는 올해부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 2020년까지는 해외 유수의 브랜드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토종 빅3 중 하나인 비야디 역시 새로운 모델의 하이브리드 차량과 고급 세단, SUV 등을 내놓으며 '4년 10만㎞'의 파격적인 보증 기간을 제시했다.

 

 지난해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의 해외 수출은 105만대를 기록하며 처음 100만대를 넘어섰고, 코로스자동차는 중국차로는 처음으로 자체 모델인 Q3를 곧 유럽에 수출할 예정이다.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중국차 하면 다른 자동차회사의 디자인을 베낀 '짝퉁 차'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그런 걸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디자인이나 차량 성능에서 여전히 부족한 감은 있지만 전과 달리 급속도로 발전한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이 가까운 시일에 한국 자동차와 대등한 수준의 경쟁자로 올라서기는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중국 토종업체들이 기술 수준을 높여 시장에서 한국차와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난립한 수십개의 토종 자동차 업계를 구조조정을 해 소수정예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자동차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규모로 커져버린 내수시장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토종 자동차 업계의 내수 점유율이 올해 1분기 43.3%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한국의 내수시장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한국의 자동차산업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라며 "특히 상품 경쟁력에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차 업체들이 부활하는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호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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