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7(미국 수출명 카덴자)

 

 강심장 기아자동차의 자신감일까, 아니면...

 

 기아차가 K7의 미국 판매가격을 현대차 제네시스 저가 모델보다 비싸게 매기면서 현대기아차의 제값받기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엔저에 기반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인센티브 공세를 펼치며 추가적 가격할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기아차는 역으로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다.

 

 2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달 말부터 판매하는 K7(수출명 카덴자)의 판매가격을 3만5100달러(이하 운송료 제외 기준)로 매기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동급인 현대차의 그랜저(수출명 아제라)의 시작가격 3만2250달러보다 2850달러가 더 높은 것.

 

 그랜저 역시 지난해 4월 6605달러를 올리고 10월에 250달러를 더 올려 현재의 가격에 이르렀는데 그보다 더 센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심지어 K7 가격은 국내에서 한 급 위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저가형 모델(3만4200~4만6800달러)보다 900달러 비싸다.

 

 K7 가격은 토요타의 아발론(3만990~3만9650달러), 닛산의 맥시마(3만3270~3만5570달러) 등보다도 높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K7이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로 유럽풍의 디자인과 역동적인 성능, 고급 편의사양 등을 갖춰 이런 가격대가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아차는 지난 2월에 2014년형 쏘렌토의 현지 판매가를 2만4100~3만9800달러로 종전에 비해 950~6400달러 인상했다. K3의 가격도 3.2% 올려 1만5900달러에 엔트리모델을 팔고 있다.

 

 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차 역시 그랜저 외에도 올 들어 쏘나타 하이브리드 가격을 최대 4700달러 인상했다. 엔저라는 동남풍을 업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 자동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시장에서 일관되게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가격정책은 미국 자동차시장의 회복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대비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품성에 걸 맞는 가격을 받자는 것"이라며 "미국시장이 호조라는 점과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D파워와 LMC오토모티브는 최근, 4월중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7% 늘어난 131만여대가 될 것이며 올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1450만대에서 1500만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외견상 현대·기아자동차의 1분기 미국시장 점유율이 3년 만에 8% 아래로 떨어지는 등 판매가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공장은 재고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K7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므로 국내 공장의 생산대수 감소로 물량공급이 제한적일 수 있어 무리하게 판매 드라이브를 걸 이유도 없다.

 

 올해 원달러 환율 1050원을 기준으로 해 사업계획을 짰고 환율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환율 수준이 1100원대 위이기는 하지만 가격인상은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

 

 그랜저, K3 등 기존에 가격을 올린 모델들이 가격인상에 따른 심리적 저항을 받지 않고 오히려 판매가 잘 됐다는 점에서 자신감도 높아졌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생산 대수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경쟁으로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브랜드력을 높여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며 “문제는 얼마나 시장에서 먹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기아차가 K9, 레이, 카렌스 등의 신차 가격을 국내 소비자들의 예상치보다 높게 매겼다가 역풍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들어 무리한 시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도 제값받기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741만대로 세운 현대기아차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공장증설과 생산대수 확대 등 물량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비싼 가격을 받는 매출과 이익구조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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