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어제 오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분신한 사람은 광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김모(37)씨다. 김씨는 비정규직 노조 농성장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몸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얼굴과 가슴 등에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일단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추진하는 신규 직원 채용 시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고 한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촉탁계약직 노동자 공모(2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에서 근무하던 공씨는 촉탁계약직 전환 6개월만에 계약 만료로 지난 1월 일자리를 잃었다. 공씨처럼 현대차 사내하도급 노동자였다가 작년 8∼9월 촉탁계약직으로 전환한 사람은 1천500명 정도 되는데 계약기간은 대부분 1∼6개월밖에 안 된다고 한다. 작년 12월에는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조 간부 출신 40대 노동자가 우울증 등으로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한 재능교육 노조는 농성 돌입 2천일을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 최장기 농성 기록이라고 한다. 이런 일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돼주길 간절히 바란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고 할만하다. 그런 만큼 여러 경로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 또한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얼마 전 25만명에 가까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2015년까지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이미 추진해왔지만 새 정부의 공약에 따라 전환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라고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꾸는 대기업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도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나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비정규직은 고용기간 1년 마만인 임시직과 일용직을 합치면 900만명에 육박한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아직도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만 2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규직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임금 수준 등 차별대우 문제도 더없이 심각하다. 그러나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에 떠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굴레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에 잠복한 `시한폭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나 정치권, 재계 등이 해법 찾기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규직 노조 역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보다 대승적인 양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 정부는 민생과 국민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민생행복 정부'를 지향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에는 물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궁극적인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불가결하다는 공감대 위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포괄적인 해법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뭐니뭐니해도 첩경은 관련법을 노동 현실에 걸맞게 개정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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