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다. 그런데 창조경제 얘기가 언급될 때마다 '과학과 정보통신의 융합(ICT)'이 손꼽힌다. 이외 문화를 기반으로 한 벤처 생태계를 키우는 것도 과제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래저래 정의가 난무하지만 핵심은 이미 존재한 플랫폼에 다양한 창조성을 융합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자동차로 창조경제를 국한시키면 의외로 이해가 쉽다. 자동차를 하나의 기계 또는 IT 플랫폼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감성도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적용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IT 기술을 자동차 플랫폼에 적용한 사례이고, 시트 소재의 신물질 개발은 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 도움이 되는 차체자세제어장치는 기계기술을 플랫폼에 활용한 경우다. LCD 정보창의 아이콘화는 인간의 인지감성에 기초한 것이고, 모니터를 통해 제공되는 뉴스나 교통정보 등은 자동차 플랫폼에 들어가는 컨텐츠다.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 이민화 교수에 의하면 창조경제의 또 다른 핵심은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플랫폼을 보다 쉽게 활용하는 방안이다. 자동차로 좁혀보면 자동차를 제조하고,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곳은 대기업이지만 앞서 언급한 차체자세제어장치나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컨텐츠 등은 벤처기업이 제공한다. 그래서 자동차는 대표적인 창조경제의 산물로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흔히 창조경제를 언급하며 많이 손꼽히는 사례가 애플이다. 제조물(단말기)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비슷한 예는 자동차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부품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자동차회사는 이미 갖추어진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에 전념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어서다. 세계적인 부품회사 마그나인터내셔날은 유럽에서 이미 완성차를 제조한 뒤 자동차회사에 공급 중이고, 국내에서도 부품회사 계열사인 동희오토가 기아차 모닝을 만들어 공급한다. 기아차는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만 운용한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는 움직이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미국의 정보통신사 아카마이(AKAMAI)의 브라이언 애플리 자동차 부문 수석전략 담당은 자동차를 '마지막 남은 통신 디바이스(Device)'로 표현한다. 스마트폰과 차이가 있다면 '사람이 실려가는 것(자동차)과 실어가는 것(스마트폰)' 뿐이라고 언급한다.

 

 현재 지구상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약 9억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자동차 보유대수는 17억대다. 따라서 앞으로 늘어날 8억대는 현재보다 다양한 과학기술은 물론 정보통신, 문화컨텐츠 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동차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각종 센서가 운전자 상태를 수시로 파악해 위험인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바이오 기술도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동공을 인식해 소유주가 아니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는 자동차도 등장하는데, 이 때는 도난 걱정에서 자유로워진다. 궁극적으로 구글이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구글 또한 자율주행자동차에 들어가는 수 많은 시스템은 외부 도움으로 개발했다. 구글은 주도만 했을 뿐이다.

 

 요즘처럼 창조경제 의미 정의가 어려울 때 자동차는 좋은 플랫폼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창조경제란? 벤처기업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새로운 기술이나 컨텐츠를 만들고, 자동차회사가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기능을 활용하도록 다른 기능과 융합해 사용자가 늘어나면 된다. 그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한다. 창조경제가 결코 추상적인 개념은 아닌 이유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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