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의 이자를 해마다 올려가고 있다. 가장 최근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의 이자율은 연 5.3%까지 올라갔다. 한국GM의 신용도를 감안한 금리책정이라고 하지만 국내은행권과의 거래를 단절시키면서까지 자금을 빌려준 것 치고는 높은 금리라는 해석이다.

 

 11일 한국GM 및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말과 올해 4월 총 1조4500억여원의 우선주 상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GM으로부터 연 5.3%의 이자율로 자금을 차입했다.

 

 한국GM 등에 따르면 먼저 지난해 12월말 한국GM은 'GM홀딩스(GM Holdings LLC)'로부터 총 7220억 원을 5년 만기, 연 5.3%의 금리로 차입했다. 이 자금은 지난해말 한국GM의 우선주 중 약 48%를 상환하는 자금으로 사용됐다. 이어 최근 한국GM은 약 7500억여원을 추가 조달했다. 차입처는 GM홀딩스 등 GM의 특수관계자이거나 관계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는 연 5%선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 역시 7540억 원 규모의 한국GM의 우선주 잔량을 상환하는 데 쓰였다.

 

 한국GM은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금융회사들에게 올해부터 연 7%의 배당을 해야 하는 부담을 떨기 위해 자금을 차입했다. 연 7%대 배당부담을 떨어내기 위해 연 5%대 금리를 주고 대주주로부터 자금을 빌린 것이므로 회사측 설명처럼 재무전략상 타당한 리파이낸싱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GM의 신용도도 감안됐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GM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면 대략 5%대 금리로 차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과거 한국GM이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권에서 자금을 끌어다 쓸 때 역시 금리는 연 5~6%대였다.

 

 그러나 GM이 조달하는 금리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데다가 1년전 한국GM에 빌려줬던 자금의 대출금리보다도 2%포인트 남짓 높아진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GM은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며 최근 연 2%대 금리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리와는 대략 3%포인트 남짓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달비용의 두 배 이상을 이자마진으로 벌어들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GM이 한국GM에 빌려주는 자금의 이자율은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2010년말까지 한국GM은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권의 자금을 연5~6%대 금리로 사용하고 있었다. 총액 1조1000억원 규모다. GM은 당시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자 자금 여유가 생겨 한국GM에 자금을 빌려줬고 국내 은행권 차입금을 한꺼번에 상환하게 했었다. 당시 GM이 한국GM에 빌려줄 때 적용한 금리는 연4%를 넘지 않았다.

 

 한국GM의 감사보고서와 미국 GM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당시 거래됐던 GM 계열사들과 한국GM간 초단기 대출의 이자율은 '1개월 리보(LIBOR)+35bps'였다. 대략 연0.6% 가량이다. 만기가 되자 2년만기 자금으로 차환됐다. 이 때 적용한 금리는 '3개월 리보+346bps'였다. 환산하면 대략 연3.6% 가량이다.

 

 그 이전 한국GM은 GM으로부터 한화 19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외화대출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자금의 금리는 '3개월리보+211bps'였다. 대략 2.4% 가량이다.

 

 당시만해도 한국GM은 미국 GM으로부터 저리의 자금을 들여와 리파이낸싱에 성공했고 이는 한국GM의 이자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효과를 줬다. 2010년 회계연도에 연 700억~900억원이 소요됐던 이자비용은 2011년 8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자율이 다소 오른 2012년 회계연도의 경우 이자비용은 다시 202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총 1조4500억원 가량을 연 5.3%금리로 차입했으니 올해 이자비용은 대략 700억원대로 다시 급증할 전망이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자금의 금리가 뛴 데 대해서는 시각이 양분된다. 한국GM 관계자는 "계열 내 회사라고 해서 특혜금리를 줄 수는 없고 차입 회사의 신용도를 감안해서 빌려줄 수 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 본사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권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들에게 적용하는 금리는 모두 다르다"며 "해당 국가와 해당 기업의 금리 수준에 맞추어서 빌려주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GM이 '돈 놀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GM 본사 입장에서는 싼 금리로 조달해 비교적 높은 금리로 돈을 굴려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 한국GM이다. 매년 한국GM에 빌려주는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방증이다. 연3.6%의 금리로 자금을 빌려줬다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빌려줄 때는 1년도 안돼 연 5.3%의 금리를 적용했다.

 

 특히 국내은행권과의 거래 관계를 닫고 본사 자금을 활용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듯하다가 다시 국내은행권 금리와 같은 수준으로 자금을 빌려준 것은 금융거래를 독식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우선주를 전액 상환하면서 한국GM과 국내 은행권과의 거래 관계는 남아있지 않게 됐다"며 "대부분 금융거래가 GM과 한국GM 2자 사이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GM이 한국GM의 장기 발전을 꾀했다면 아마도 자본금 출자를 통해 우선주를 상환하게 하거나 차입금을 줄이려 했을 것"이라며 "한국GM 입장에서는 왼쪽 주머니에 있던 부채가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병선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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