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연비하향 조정으로 홍역을 치렀던 현대·기아차[000270]가 미국에서 다시 암초를 만났다.

 

 현대·기아차는 3일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약 190만대를 브레이크등 스위치 또는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한다고 3일 발표했다.

 

 미국 시장에서 최근 2년 연속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한 현대·기아차는 연이은 돌발 악재로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 연이은 악재에 품질경영 '휘청'

 

 이번에 미국 시장에서 리콜되는 자동차는 약 190만대로 현대·기아차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 11월 '연비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만에 다시 초대형 악재가 불거진 셈이다. 연비 사태 당시 현대·기아차는 미국 90만명, 캐나다 12만명 등 102만명에게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미국에서 엘란트라의 에어백 결함으로 12만3천대, 7월에는 쏘나타와 싼타페 22만대를 리콜했다. 또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미국 시장에서 리콜한 벨로스터 해치백 모델도 1만9천600대에 이른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이 쏘나타의 뒤편 서스펜션 축에 녹이 생겨 작동이 불량하다는 6건의 소비자 불만을 접수해 조사를 개시했다. 이 조사는 2006~2008년 모델 39만3천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대·기아차의 품질 수준에 의구심을 품게하는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도 "자동차 생산 시스템의 발전 과정에서 전자장치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품질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비용부담은 크지 않다"…브랜드 이미지는?

 

 현대·기아차는 미국 190만대 외에 국내에서 리콜되는 자동차는 약 16만대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외에 세계 각국에서도 리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국가마다 법규가 다르고 모델의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리콜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 각국의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콜사태에 따른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자장치 입력을 수정하면 되기 때문에 인건비 외에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고 충당금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동차회사에 리콜은 자주 있는 일이어서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11월 연비과장 문제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대규모 리콜사태를 발생함에 따라 브랜드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는 평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월과 3월 모두 월별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연비 사태의 후유증을 비교적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는 다시 한번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에쿠스 페이스리프트'를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강자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품질강화라는 정공법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전준상 기자 kskim@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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