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대규모 리콜(recall)에 들어간다고 한다. 회사 측에 의하면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 중 187만대 정도가 브레이크 등(燈) 스위치 또는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된다. 대상은 2007∼2011년 생산된 현대차 모델 5종과 기아차 모델 6종이라고 한다. 브레이크 등 스위치 결함에 따른 리콜이 168만대, 에어백 결함 관련 리콜은 19만대다. 미국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이 밝힌 바로는 브레이크 등에서는 운전자가 페달을 밟아도 불이 안켜지거나 제동장치를 밟아도 크루즈 콘트롤(정속주행장치)이 해제되지 않는 결함이 발견됐다. 또 2011년부터 올해 사이에 출고된 현대차 엘란트라는 사이드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면 서포트 브래킷이 느슨해지면서 탑승자를 다치게 할 위험 때문에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서포트 브래킷이 떨어져 나가면서 운전자의 귀가 잘린 사고가 보고됐다고 한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입성 27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800만대를 돌파했다고 자축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대규모 리콜 사태를 극복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이번 리콜 사태는 규모가 매우 클 뿐 아니라 대상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황이 자못 심각한 듯하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도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쏘렌토, 쏘울 등 16만대를 리콜하겠다고 한다. 또 미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리콜이 이어질 개연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자칫 이번 리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할 수도 있어 현대차로서는 비상한 상황을 맞은 셈이다. 모쪼록 꼼꼼한 사후 대처를 통해 소비자 신뢰 하락을 막아주길 바란다.

 

 현대·기아차는 대상 차량 소유자들에게 리콜 사실을 통보하고, 오는 6월부터 결함 부품 무상 교체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리콜은 제조업체, 특히 자동차 업체들에는 어쩌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로 치부할 만도 하다. 현대·기아차 리콜 발표 하루 전에 일본계 자동차 업체 스바루 아메리카의 대규모 리콜 계획이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대·기아차가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당국에 결함 사례가 접수되자 서둘러 조사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고 한다. 2009년 하반기에 터진 도요타 리콜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 덕택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도요타가 2001년까지 가속페달 결함 등으로 리콜한 차는 1천400만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일본 제조업의 `신화'로 불리던 도요타를 당시 신뢰의 위기로 몰아넣은 요인이 리콜 자체만이 아니었다. 리콜 결정이 늦어져 `늑장 대응'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받은 것도 큰 요인으로 지목됐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터져 나온 연비 과장 사태의 여진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두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자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 시장 판매도 조금 회복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런 시점에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으니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잘만 극복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태의 조기 진화에 전력투구해주길 바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하순 기아차 정기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품질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리콜 사태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뼈아프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자만은 자멸에 이르는 지름길에 다름없다.

 


출처-연합뉴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연합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