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포르쉐 왕국에 ‘파나메라’라는 골칫덩이 왕자가 있었다. 그는 미끈한 근육질 몸매에 꽃미남 포스를 자랑하는 다른 왕자들과 분명 달랐다. 두 눈은 툭 튀어나오고 납작한 코에 콧구멍만 뚫려 있으며 덩치는 산 만해서 오죽했으면 별명이 ‘두꺼비 왕자’였다.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던 파나메라는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아버지를 졸라 성형수술을 감행했다. 여기저기 조금씩 손을 본 다음 ‘플래티넘 에디션’이라는 이름도 새겨넣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슬픈 얘기.

 

 올초 국내 출시된 파나메라 플래티넘 에디션은 기존의 파나메라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눈에 띄지 않는 자잘한 옵션을 추가해 300만원가량 비싸졌다. 그러나 몇 백만원 정도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이들을 위한 럭셔리카라서 고객들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파나메라는 포르쉐 가문의 ‘변종’이다. 2009년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 데뷔했을 때 세계가 깜짝 놀랐다. 전통적인 2도어 스포츠카만 만들다가 문짝 4개에 해치백처럼 둥근 뒤 트렁크 문까지 합친 5도어 스타일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엔진 위치도 뒤쪽에서 앞쪽으로 당겼다. 애초부터 치밀하게 세단을 염두에 두고 제작해서 설계부터 완전히 바꿨다.

 


 생김새는 헤드라이트 부분이 볼록하고 보닛은 쑥 들어가서 두꺼비를 연상케 한다. 그래도 디자인 명가 포르쉐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곡선이 살아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수많은 버튼에 입이 쩍 벌어진다. 기어 양쪽에는 일렬로 약 30개의 버튼이 ‘좌라락’ 나열돼 있어 항공기 조종석 같다. 그림만으로 어떤 기능인지 도무지 알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주행과 관련된 버튼인데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PASM은 댐퍼의 강도를 바꿔 주행모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푹신하고 약간 출렁이는 느낌이 들다가 스포츠로 바꾸면 단단하고 민감하게 변한다. 운전대를 움직일 때마다 즉각 반응한다. 고속에서도 꿀렁거리지 않고 길바닥에 자석처럼 들러붙는 느낌이다. 차체제어장치인 PSM, 높낮이를 조절하는 차고 조절, 정차할 때 시동을 껐다 켜서 연비를 높여주는 스톱 앤드 스타트, 고속에서 뒷날개를 펴 공기 저항을 줄이는 스포일러 조정 버튼 등이 있다.

 

 다기능 센터페시아가 칸막이 역할을 해준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가 단절돼 있다. 농구선수급 팔을 가지지 않았다면 여자친구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려는 매너를 발휘해선 안된다. 엉거주춤 일어난 이상한 모양새를 연출하기 십상이니까.

 

 스포츠카와 세단의 장점을 접목하려는 욕심 때문인지 포르쉐만의 개성은 사라졌다. 덩치가 커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쏜살같이 튀어나가지 못한다. 배기량 2967㏄,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56.1㎏·㎞, 300~400마력대의 다른 스포츠카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스피드에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신 승차감과 연비는 좋다. 디젤 모델의 연비는 ℓ당 11.3㎞. 실제 주행해보니 9㎞대가 나왔다. 가족형 세단으로 이용해도 될 만큼 뒷좌석도 리무진처럼 넓다. 뒷좌석에도 버튼이 많다. 뒷좌석만 따로 잠그는 도어록과 개별 냉·난방장치, 열선시트 버튼이 있다. 트렁크도 넉넉해서 실용적이다.

 

 포르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디테일의 힘’을 보여준다. 자동차 모양의 키는 ‘예술’이다. 시동을 걸 때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이 키를 구멍에 끼워넣고 돌리는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키가 예쁘다보니 시동거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나메라는 포르쉐에 떡두꺼비 같이 기특한 녀석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전체 포르쉐 판매량 중 56%가 카이엔, 파나메라가 그 다음인 약 30%다. 최소 1억2000만원이 넘는 파나메라 9종은 작년 국내에서 432대나 팔렸다. 전년보다 32대 늘었다.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자 포르쉐는 고정관념을 깨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파나메라에 이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도 출시한다. 경쟁사들은 “포르쉐가 돈독이 올랐다”며 경계하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한국에서는 올해 수입사를 대신해 법인을 세운다고 한다. 기존 판매 대리점은 포르쉐 본사의 콧대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법인이 들어오면 뭔가 달라진 글로벌 고품격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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