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FCEV) 양산을 선언했다. 지난 1998년 개발에 착수한 이후 15년 만에 본격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투싼ix에 수소연료전지를 접목한 이후 꾸준이 성능 개선을 해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주목할 점은 부품 국산화다. 전 부품의 95%를 국내 기술로 생산한다. 지난 2004년 정부가 연료전지차(FCEV) 부품 국산화를 주요 과제로 내걸면서 개발 인프라가 풍성해지고, 경쟁력도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현재 대기업 30개사를 포함한 총 120개사가 수소FCEV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경쟁국이나 경쟁사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수소FCEV 양산을 기념해 현대차는 수소FCEV의 개발을 담당한 경기도 용인시 마북리에 소재한 환경기술연구소에서 투싼ix FCEV를 시승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수소 FCEV의 주행 감성과 기술력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EV),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연료전지차(FCEV)등으로 구분돼 있다. 이 중 FCEV는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과 달리 화학 반응에서 생기는 전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고 있다. 배출가스가 없어서다. 가장 각광받고 연료전지는 수소의 산화반응을 이용한 수소-산소산화 연료전지다. 실제로 달리는 수소 FCEV의 배기구에선 흰 연기가 관찰되는데, 이는 배기가스 등의 탄소화합물이 아닌 순수한 물(수증기)이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원소로 단위 무게 당 연소열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과거에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수소 엔진에 관심이 높았지만 효율성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가장 활발하게 수소 엔진을 연구했던 BMW도 현재는 수소 엔진이 아닌 수소 FCEV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은 40~60%로 내연기관의 20%를 앞선다.

 

 FCEV는 전기모터를 돌려 차를 구동시킨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작동 원리는 같지만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시키고, 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한다.
 
 세부적으로는 전해질 양쪽에 ±전극을 샌드위치 형태로 두고, 음극을 통해 들어온 수소 분자를 촉매에 의해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리한다. 분리된 수소 이온은 전해질을 통과하면서 산소와 만나 물이 되고, 남은 전자는 외부 회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전류를 형성한다. 형성된 전류는 직렬 전류여서 모터 구동에 필요한 교류로 바꾸기 위해 인버터를 거치게 된다. 
 
 현대차가 개발한 투싼ix FCEV는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594㎞를 주행할 수 있다. 700바(Bar)의 압력을 가진 수소저장탱크에 5.6㎏의 수소를 넣을 수 있으니, 1㎏당 100㎞ 이상을 가는 셈이다. 이를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하면 27.8㎞/ℓ가 된다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효율이 크게 월등한 수준은 아니지만 '완전 무공해'라는 점에서 FCEV의 존재는 특별하다.

 


 주행거리 증가는 수소저장탱크의 압력과 무관치 않다. 수소는 단위 질량당 에너지 함량이 가장 높지만 단위 체적당 에너지 함량은 가장 낮은 분자다. 최대한 많이 집어넣어야 효율을 담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위 질량당 저장 밀도를 높이려면 현재 탱크 압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수소탱크에 350바(bar) 압력이 일반적이지만 이 경우 500㎞ 이상의 주행거리는 불가능하다. 500㎞가 주행거리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1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 편도 주행이 가능해야 소비자가 납득한다는 현대차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 때문에 투싼ix FCEV는 700바 탱크를 장착했다. 또한 현재 유럽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등의 수소 충전소 압력이 700바에 맞춰져 있어 글로벌 표준 압력으로 여겨진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 단계에서 고려되는 승용형 차는 현재 SUV에 비해 탱크가 차지하는 공간이 협소하다. 때문에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선 압력을 더욱 높여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글로벌 표준을 바꿀 수 없는 노릇이어서 현대차는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돌입했다. 울산공장에서 아침부터 특별 공수된 투싼ix FCEV다. 외관은 일반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이 일반 투싼과 다르게 전용 디자인이 채택됐다.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차에 올라 전원을 켰다. 전기차 특성이어서 '시동'이 아니라 '전원을 켜다'가 맞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음은 없다. 매우 조용한 실내 정숙성이다. 이는 전기차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아무래도 엔진음이 없다보니 운전자가 느끼는 주행의 즐거움은 반감된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가속은 재빠르다. 전기차 특유의 높은 토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엔진이 돌아가면서 힘을 내는 내연기관차 달리 즉각적인 힘의 전달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전기모터는 토크가 내연기관에 비해 월등하다. 따라서 출발 가속 또한 운전자가 느끼기에 적극적이다. 방심하면 사고가 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투싼ix FCEV는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12.5초로 빠른 편은 아니다. 초기 움직임이 민첩할 뿐 뛰어난 가속은 아니다. 이는 효율이나 내구성 등을 고려한 설계 탓이다. 가속에 신경쓰면 전기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그만큼 효율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이 정도가 최적의 조건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00㎾의 구동모터를 마력으로 환산하면 약 140마력이다.


 주행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일반차와 다르지 않은 효율과 성능을 가지고 있어 FCEV를 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제원상 최고 시속은 160㎞지만 그 만큼까지 실생활에서 올릴 일은 별로 없다. 제동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잠시 수소연료전지버스도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G20 정상회의에 사용된 제품이며, 현재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셔틀 버스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 FCEV와 동일한 기술이 적용됐지만 크기와 적재 공간 등을 고려해 구동모터와 탱크 숫자가 많은 편이다.

 

 현재 수소FCEV 상용화까지 많은 걸림돌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바로 '경제성'과 '인프라'다. 하지만 수소 비용은 의외로 저렴하다. ㎏당 5,000~6,000원 수준으로 1㎏를 주입했을 때 100㎞이 주행이 가능하다고 보면 서울-부산 편도 주행에 약 3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세금은 책정돼 있지 않다. 사용량이 늘다보면 세금이 추가돼 지금보다 비싸질 가능성이 있지만 수소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여러 방편들이 개발되고 있어 비용은 낮아질 수도 있다.

 

 
 문제는 제작 단가다. 부품 국산화로 많은 부분에서 절감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대당 가격은 1억5,000만원으로 턱없이 비싸다. 물론 상용화에 따라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용화를 하려면 다양한 차종과 충전 인프라 등이 구축돼야 한다.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때문에 현대차 역시 상용화보다 양산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언제든지 생산과 판매를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췄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내구성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직 하이브리드에 버금가는 내구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 미국 등에서는 10만㎞의 내구성을 요구하는 법안이 이미 추진 중이다.

 

 

 이외에 운전자가 느끼는 수소연료전지차의 불안감 중 하나는 '폭발' 문제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포천 군 사격장에서 수소탱크에 일부러 총을 쏘고, 자동차 내부 재떨이에 불을 붙이는 것까지 다양한 실험이 전개된 배경이다. 일단 불이 붙으면 센서에 의해 수소 탱크 내부의 수소는 13분 안에 모두 밖으로 배출된다. 아직까지 폭발 사례는 없었으며, 안전성만큼은 확실하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물론 이에 멈추지 않고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FCEV는 개발이 한창인 기술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상용화에 이르려면 앞서 사례를 든 경제성 문제, 인프라, 내구성 모두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일단 소비자들이 일반 내연기관차를 사는 수준으로 시장성이 확보되는 게 우선이다. 이 경우 환경을 생각한다면 FCEV는 내연기관의 확실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래서 현대차도 2020년 정도가 돼야 민간 공급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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