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시장 판매량이 연간 1000대 전후였으나 지난해 3575대를 팔아 3년 연속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차가 베이비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고스트'다. 지난 19일 독일 뮌헨 일대에서 고스트를 시승해 봤다.

 

 고스트는 국내서 4억원대(옵션제외)에 판매중이며, 지난해 24대가 판매됐다. 팬텀(6억4000만~7억6000만원)을 포함한 롤스로이스 전체 판매량(27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고스트가 출시되기 전만해도 6~7억원대의 롤스로이스는 마이바흐와 함께 초호화 럭셔리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롤스로이스가 고스트를 국내시장에 투입하면서 고객들의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고스트는 팬텀과 더불어 롤스로이스의 품격을 지키고 있는 모델이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차 1대를 만들어 내는데 거의 10개월여가 걸리고, 페인트 작업만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또 가죽 시트의 스티치도 40여 명의 작업자가 달려들어 만들어 내고, 하나의 나무로 결을 맞춰낸 우드그레인은 다른 차와 차별화되는 옵션 중 하나다. 고스트 역시 다른 롤스로이스처럼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의자부터 차체 색깔까지 맞춤 제작되기 때문에 똑같은 모델은 하나도 없다.

 

 

 시승한 모델은 EWB(휠베이스를 늘린 버전)가 아닌 일반 2013년형 모델이다. 길이는 5399mm로 EWB대비 170mm,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3295mm로 EWB보다 170mm 각각 적다. 그래도 현재 판매중인 에쿠스의 길이(5160mm)와 휠베이스(3045mm)를 능가한다.

 

 뮌헨에 위치한 BMW시승센터에서 출발해 약 120km구간에서 일반 국도와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렸다. 폭이 1948mm에 달해 좁은 마을길이나 국도에선 상대차선의 차와 부딪치지 않을까 긴장돼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아우토반에 들어서서 탄력을 받으니 180~200km/h 까지는 단숨에 올라갔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롤스로이스를 보자 다른 차들도 신기하다는 듯이 힐끔 쳐다보고 지나갔다. 소음과 진동 및 노면 스트레스도 저속보다는 고속에서 탄력을 받으니 훨씬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다만 100km/h이하의 중저속 구간에선 2.4톤이 넘는 중량감 때문인지 가속페달의 응답성은 그리 빠르지 않았고, 제동거리도 길게 느껴졌다. 수치상 제로백(0->100km/h) 시간은 4.9초였지만, 실제 밟아보니 5초 이상 넘어갔다. 엔진은 6.5리터급 12기통 가솔린이 장착됐으며 출력은 563마력, 연비는 리터당 6.3km다.

 

 유럽의 특성을 반영하듯 뮌헨 주변은 평야지대가 많아 시야도 넓고 운전하기 편했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고속으로 코너링을 통과할 때는 약간의 쏠림이 느껴졌으며, 핸들링은 가속정도에 따라 묵직해졌다.

 

 

 BMW의 소형차브랜드인 미니가 그렇듯 영국태생의 이 차도 실내엔 유난히 '원형(Circle)' 디자인을 곳곳에 적용했다. 핸들과 계기판, 에어컨, 스위치버튼 등 대부분이 원 모양이다.

 

 가죽시트와 실내천장 컬러가 투톤으로 디자인되고, 곳곳에 크롬으로 메탈느낌을 살리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에어컨 세기를 조절하는 것도 다른 차들처럼 산술적인 수치가 아닌 '소프트(Soft), 미드(Mid), 하이(high)' 등의 감성품질을 강조하는 단어로 표시됐다.

 

 10개 채널에 설치된 앰프와 16개 스피커로 구성된 오디오 시스템도 독보적이다. 가요나 팝송보다는 웅장한 클래식이나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듣기에 더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뒷좌석 위주의 쇼퍼드리븐(기사를 두고 차주가 뒷좌석에 타는) 차량답게 승차감은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락했다. '도어(Door)' 버튼을 누르면 앉은 상태에서 차문을 닫을 수 있어 편리했다.

 

 2003년부터 롤스로이스가 BMW그룹에 편입되면서 고스트도 나이트비전과 차선이탈경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의 BMW 옵션이 대부분 새롭게 적용됐지만, 작업자 한명 한명의 땀과 노력의 수작업 결정체라는 독특한 장인정신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최인웅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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