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 감독, 장현진, 정의철, 김종겸 선수를 만나다

 

 봄 기운이 돌면서 레이싱팀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국내 정상급 레이싱팀을 만나 모터스포츠 현실과 이들의 삶을 집중 조명해 보는 다섯번 째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다. 화창한 날 팀 컬러인 블루 만큼이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 장현진, 정의철, 김중겸 선수, 그리고 이들을 지도하는 이문식 감독과 만났다. 네 남자의 수다는 유쾌와 열의로 넘쳤다. 2013년 시즌에 나름의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먼저 지난해 성적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이 감독)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성과를 얻어 즐거운 시즌이었다. 이기적일 만큼 레이싱만 보고 달려온 결과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를 새삼 깨닫게 됐다.

 

(장현진) 프로 첫 출전이어서 성적 욕심이 있었지만 스탭과 호흡을 맞추고, 실력을 가늠한 좋은 기회였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정의철) 2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바로 투입돼 레이싱 감각을 되찾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영암 F1 서킷은 경험이 없었다. 그래도 적응이 빨라 성공적인 복귀로 마무리했다"

 

 -경기운영에 중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이 감독)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팀 운영에 후원사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후원사가 없으면 경주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우수한 경기 내용과 결과로 후원사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다음은 선수들의 포인트 관리다. 시즌 종합 우승은 한 경기의 우승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술 데이터를 쌓는 일이다. 각종 기록이 곧 재산이다. 현재는 체계적인 정리를 통한 실전 적용에 집중하는 중이다.

 

 (김종겸) 마지막에 웃는 선수가 진정한 승자다. 매 경기 성적도 중요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 종합점수가 높아야 포디엄에 오른다. 그러자면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장현진) 체력 관리가 최우선이다. 최고의 경기는 최고의 컨디션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 체력 관리에 신경쓰는 편이다.

 

 (정의철) 레이스는 선수 혼자 할 수 없다. 레이스카를 만들어 주는 미캐닉부터 팀을 지휘하는 감독 이하 모두가 땀을 흘려야 결과가 나온다. 팀(Team)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레이서가 된 계기, 그리고 최종 목표는

 (김종겸) 자동차회사에 근무하는 아버지(르노삼성 SM3 레이싱팀 김영관 감독)께서 어렸을때 부터 아마추어 레이서로 활동했다. 5세때 아버지 손을 잡고 경기장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10살 되던 해 레이싱 카트를 본격적으로 타서 4위, 입문 8개월만에 1위에 올랐다. 레이싱 신동으로 많은 귀여움을 받기도 했다(웃음). 그 후 포뮬러 드라이버를 목표로 준비하던 중 국내에 포뮬러가 없어졌다. 하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회가 다시 올때가지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다.

 

 (장현진)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 스피드보다 기계에 관심을 먼져 가졌다. 어떻게 하면 동일 부품으로 성능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구조나 기술을 익히게 됐다. 결과를 시험하다보니 자연스레 운전과 친해졌고, 스스로 작업한 차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작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게 됐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 레이서인 만큼 시즌 우승을 꼭 달성하고, 국내 모터스포츠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
 
 (정의철) 카트관련 기사를 보시던 아버지께서 무작정 카트장으로 이끌었던 게 레이스 시작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달리기를 잘했다. 속도 재능을 알아보신 아버지가 적극 지원해주셨다. 1999년 본격적으로 주니어카트 대회에 출전해 이듬해 시리즈 절반 이상을 1위로 끝마쳤다. 자연스럽게 레이서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원대한 목표보다 시즌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전부다. 차분하게 실력을 쌓아 기억에 남는 레이서가 되는 게 목표다.

 

 -모터스포츠 팀을 만들게 된(맡게 된) 계기는

 (이 감독)감독을 맡기 전 아마추어 레이서로 오래 활동했다. 프로 무대에 본격 진출하면서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현재도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 자동차와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그래서 감독을 하게 됐다.

 

 -지난 시즌 아쉬웠던 점은

 (장현진) 4전 태백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우리팀이 사용했던 피트 출입구 셔터가 고장나 예선부터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결승 첫 랩에서 두 대의 경주차와 동시에 추돌한 후 연속적인 추돌 사고로 휠과 서스펜션까지 파손됐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경기로 기억된다.
 
 (정의철) 군복무 후 레이스 감각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결렸다. 그래서 초반 3경기에서 포인트를 얻지 못했고, 시즌 후반 접어들면서 상위권은 유지했지만 우승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경쟁 팀 또는 경쟁 드라이버(다른 팀)를 꼽는다면


 (이 감독) 경쟁 드라이버는 최명길, 오일기, 조항우, 김중근 선수를 꼽을 수 있다. 프로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은 젊은 드라이버들이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김종겸) 같은 클래스에 참가하는 팀과 선수들은 모두 경쟁이다. 하지만 경쟁자 가운데 가장 어려 오히려 형님들을 긴장시킬 기회가 많다(웃음).

 

 (장현진) 인디고와 아트라스BX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두 팀 모두 경주차나 팀 분위기 등에서 개성이 있고, 오랜 경험으로 노련함이 탁월하다. 특히 최명길 선수와는 여러 경기에서 경쟁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정의철) KSF 챔피언팀인 성우 인디고와 아트라스를 지목하고 싶다. 모두 경험 많은 선수와 미캐닉, 그리고 후원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준비된 팀이다.

 

 -모터스포츠에 몸 담으며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는다면


 (이 감독)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으로 직접 경기장을 찾아 챙겨주는 후원사 김용석 부회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종겸) 어린 나이에 레이스를 시작하면서 또래보다 진로를 많이 고민해야 했고, 실패의 어려움도 일찍 경험하면서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 때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격려를 보내주신 부모님이다.

 

 (장현진) 마찬가지로 서한 김용석 부회장님께 감사하다. 프로 레이서는 사실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고 프로선수로 데뷔 기회를 열어준 분이다.

 

 (정의철) 초등학교 6학년 때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아버지다. 기쁘거나 슬럼프로 힘들 때 묵묵히 곁에서 응원이 됐다. 가족은 레이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자신있는 드라이빙 테크닉은

 (김종겸)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앞차에 압박주는 게 특기다. 그러다보면 상대 선수도 긴장한다. 그 때 빈틈을 노려 기회를 잡는 작전을 많이 구사한다.

 

 (장현진) 레이스카의 성능을 면밀히 파악해 최대한 활용하는 게 장점이다. 레이스 도중 순간 판단이 경기 결과를 바꿀수 있어 정확한 시점에 성능을 100% 끌어 올린다. 시간 단축과 경기 운영에 중요한 부분이다.

 

 (정의철) 경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시합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빠르고 침착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흥분하지 않는 레이스가 장점이자 레이스를 펼치는 마음가짐이다"

 

 -팀의 독특한 작전 구사법은

 (이 감독) 우리 팀은 세 명의 드라이버가 같은 클래스에 출전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으로 재미나는 경기를 한다. 경기에 앞서 선수들의 컨디션 분석으로 최상의 레이스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게 작전이라면 작전이다.

 

 -감독 또는 선수로서 국내 모터스포츠 극복 과제를 지적해달라

 (이 감독) 아직 한국 모터스포츠 현실은 기업의 후원 없이 이끌어가기 힘든 구조다. 또한 모터스포츠를 표면적인 홍보 도구만으로 여기는 편협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다양한 참여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겸) 우리나라 카트 선수들은 면허취득 전인 19살까지 카트를 탄다. 어려서부터 카트를 타온 선수들을 보면 10년 넘게 카트만 타는데, 포뮬러 레이스가 없어진 후로 20살 전까진 그 다음 올라갈 클래스가 없다. 해외는 15살이면 입문 포뮬러 클래스로 전향한다. 다시 말해 체계적인 단계가 기반돼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10년 후 드라이버는 별로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

 

 (장현진) 미디어 매체 노출과 홍보가 많이 부족한 듯하다. 마니아들만의 축제가 아닌 일반인도 참여하고 즐겨볼 수 있는 눈높이 미디어 노출이 필요하다.

 

 (정의철) 프로모터가 서로 협력하며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모터스포츠를 만들어야 한다.

 

-2013년 시즌 목표는

 (이 감독) 한 단계 성숙된 레이스 운영과 이를 바탕으로 종합 우승을 노리겠다.

 

 (김종겸) 2010년까지 레이스를 하다 올해 복귀하는 무대다. 솔직히 부담도 많이 된다. 초반에는 감각을 되찾고, 이후에는 포디엄에 올라서는 데 집중하겠다.

 

 (장현진) 목표는 물론 챔피언이다. 새롭게 합류한 팀 동료 드라이버들과 국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의철) 작년 시리즈 5위로 마무리 한 것이 너무 아쉽다. 제네시스 쿠페전은 올해 2년차다. 지난해 경험이 올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충분히 챔피언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독자 질문1. 시즌 끝나면 하는 일은

 (이 감독) 팀이 함께 여행가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여행지에서 다가올 이듬해 시즌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김종겸)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체력을 키운다. 또 하나는 집에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연습을 한다.

 

 (장현진) 그 동안 못 먹었던 술도 가끔 한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도 즐기는 편이다.

 

 (정의철) 드라이빙 행사 운영을 도와주는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거나 학기 중에는 대학을 다닌다. 지금 4학년이다.

 

 -독자 질문2. 현재 소유한 차와 선택 이유는

 (이 감독) 혼다 레전드를 탄다. 운전 때 피로도가 적고, 중고가격이 저렴해 구입했다. 4WD여서 겨울철에도 좋다. 내구성이 좋은 점도 이유다.

 

 (장현진) 주로 기아차 승용 디젤을 탄다. 장거리 주행 때 연비계를 보면서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유차 중에 혼다 S2000은 11년째 갖고 있다. 태생이 경량 로드스터 컴팩트 스포츠카이고, 자연 흡기 방식의 고회전이라 엔진 반응이 뛰어나다. 이 차가 스승이기도 하다.

 

 (정의철) 벤츠 E클래스를 탄다. 편하고 넒은 실내가 좋다"

 

 -독자 질문3. 레이서 외의 또 다른 직업은

 (이 감독) 자동차 부품 개발, 공작 기계, 자동화 장치, 치 공구류, 기타의 엔지니어링을 병행하고 있다.

 

 (김종겸) 자동차를 전공하는 4학년 대학생이다. 시합이 없을 땐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간다.

 

 (장현진)자동차 튜닝과 관련 제품 제조하는 브로스라는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마니아들을 위한 개조와 성능 향상을 돕는다. 자동차 관련 부품도 일부 제조, 판매한다.

 

 (정의철) 대학생이며, 드라이빙 강사로 활동 중이다.

 

 서한퍼플모터스포트와의 만남은 이렇게 끝났다. 인터뷰를 위해 멀리 대구에서 찾아 준 이문식 감독과 세 명의 선수들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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