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네바퀴굴림이 최근 고급 세단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고급세단 = 뒷바퀴굴림'의 공식도 점차 무너져가는 중이다. 물론 승용 4WD로 재미를 본 곳은 아우디다. '콰트로'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고유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겨울마다 찾아온 폭설이 오히려 호재였다. 세간에서는 아우디 영업사원들이 눈 오는 날 시승차를 몰고 거리를 나서는 것만으로도 큰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최근 수입 신차 열풍의 면면을 살펴보면 프리미엄 세단의 네바퀴굴림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아우디 콰트로, BMW X드라이브 등 독일차를 중심으로 중대형 세단의 네바퀴굴림 적용은 보편화되는 추세다. 일본 브랜드 중 렉서스도 지난해 11월 LS에 상시 네바퀴굴림을 도입했고, 벤츠 S클래스에 이미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4매틱을 적용한 바 있다. 뒤 이어 이번에 E클래스의 라인업 확충을 위해 E250 CDI 4매틱을 들여왔다. 수입차 시장의 최근 트렌드인 디젤 엔진과 네바퀴굴림을 장착한 E250 CDI 4매틱을 자유로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일대에서 시승했다.

 

 
 시승차는 아방가르드가 동원됐다. 외형은 기본적으로 2013년형 E클래스와 같다. 길이 4,870㎜, 너비 1,855㎜, 높이 1,465㎜, 휠베이스 2,875㎜로 다른 E클래스 세단과 동일하다. 3스포크형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의 배치, 센터페시어 구성 등도 2013년형 E220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전화용 숫자 다이얼을 비롯해 센터페시어 각종 버튼을 일일이 배열하는 방식도 그대로다. 네모반듯한 공조기와 밋밋한 문잠금 장치는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어 곳곳에 크롬 장식을 덧대 밋밋함을 상쇄시켰다.

 


 변함없는 내부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바뀌어도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을 호평하는 사람은 찾기 드물 것 같다. 독일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위해 개발했다는 내비게이션은 시인성, 조작 편의성, 직관성 등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 해도 작은 화면과 복잡한 조작방식, 익숙치 않은 검색 기능은 차라리 한국 제품을 적용하는 게 나을듯 싶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쥐고 시동을 걸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소음이 생각보다 실내로 많이 유입됐다. 일반 디젤차와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의 정숙성이겠지만 기대가 높은 브랜드를 떠올리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다른 브랜드의 디젤차 방음 품질이 나날이 발전해가는 것을 고려할 때 아쉬운 부분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차를 서서히 움직였다. 처음부터 실내 소음을 의식해서일까, 저속 주행 시 여전히 엔진음이 신경 쓰인다. 정지 상태에서 자동으로 엔진을 멈춰주는 에코 스톱/스타트 기능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 만큼은 항상 활성화 시킨 채로 주행했다.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속도를 높이자 오히려 실내가 조용해진다. 시속 60㎞를 넘어서며 엔진음이 안정감을 찾는 느낌이다. 가속페달에 조금씩 힘을 싣자 여유있게 속도를 높여간다. 그러면서도 엔진 회전수는 2,000rpm 밑에서 머문다. 급하게 페달을 작동하지 않는 한 고회전으로 치달을 일은 없다.

 

  엔진은 2,143㏄ 직렬 4기통 디젤이다. 최고 204마력, 51.0㎏·m의 성능을 낸다. 특히 최대 토크 영역이 1,600~1,800rpm 구간으로 설정돼 있어 출발과 동시에 펀치력이 있다. 7G-트로닉 플러스 자동변속기의 반응이 빠른 편이어서 저회전에서도 충분히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E클래스는 기본적으로 점잖은 차다. 패들시프트를 잠시 사용해봤지만 큰 감흥이 없어 자동 변속 모드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주행 성능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벤츠의 진가는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이다. 기민하게 가속이 이뤄지는 것보다 여유 있게 한 템포 쉬었다 힘을 싣는 느낌이다. 이 감각에 '역시 벤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네바퀴굴림을 채택한 건 성공적으로 보인다. 수분이 남아 있는 비포장도로에 올랐을 때 반대편 차선에서 두 세대의 뒷바퀴굴림차가 견인차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4매틱을 장착한 E250은 진흙길에 갇히는 곤란을 겪진 않았다.

 

 벤츠의 4매틱은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으로 앞바퀴와 뒷바퀴에 일정한 구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자식 안정성 프로그램(EPS)과 전자식 트랙션 시스템(4ETS)이 함께 작동해 구동력을 각 바퀴에 고루 배분한다. 빗길이나 빙판 등 노면 상황이 좋지 않아도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앞뒤 45:55 비율로 유지해 뒷바퀴굴림차의 감성을 잃지 않는다.

 


 다수의 전자장치는 몸놀림에 맞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평소보다 다소 빠른 속도로 급회전 구간에 진입해도 불안한 느낌이 없다. 그렇다고 4매틱과 각종 전자장치가 만능은 아니다. 늘 얘기지만 다양한 안전장치는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

 

 핸들링은 의외로 경쾌하다. 연료효율도 ℓ당 14.9㎞(복합)로 크기와 네바퀴굴림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7,190만원의 가격이 조금 버거워 보이지만 문제는 물량 수급이다. 서둘러 계약한 사람도 이 차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는 중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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