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오는 28일 개막하는 서울모터쇼에 세계 최초 공개차를 1종 내놓는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에 열리는 뉴욕모터쇼에는 3종을 계획, 내수 홀대 비판이 일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서울모터쇼에 회사가 전시할 세계 최초 공개차는 KND-7이다. B세그먼트 컨버터블 컨셉트카로 향후 양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차여서 관심이 높다. 그러나 KND-7 외에 기아차가 내놓는 신차는 딱히 없다. 지난 시카고 오토쇼에 최초로 선보인 KCD-9(크로스 GT)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할 뿐 별 다른 계획도 없다. 게다가 아무리 관심을 모은다 해도 양산차가 아니어서 KND-7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모터쇼보다 하루 일찍 개막하는 미국 뉴욕오토쇼에는 3종의 세계 최초 공개차를 내놓는다. 기아차 미국 법인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힌 것. 상세 출품 내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CUV 쏘울과 K5(수출명: 옵티마) 부분변경 제품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자국 모터쇼보다 해외에 기아차가 치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미 시장이 한국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에 집중하는 일은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여기에 북미 시장의 최근 상황도 반영됐다. 기아차는 그간 북미 시장에서 매달 전년대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지만 지난 2월 판매량은 전년대비 7.85% 감소했다. 미R28;일 경쟁사가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마케팅 역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아차도 뉴욕모터쇼에 신차를 대거 출품, 시장 공세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기아차 미국법인은 "2013년 북미 시장에 부분개선 제품을 포함해 7종의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라며 "우선 뉴욕모터쇼에 3종의 세계 최초 공개차를 내놓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모터쇼가 한국을 대표하는 모터쇼라는 점에서 기아차의 '북미 사랑'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기아차의 근간은 북미가 아니라 한국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쏘울이나 K5 모두 국내 판매를 한다는 점에서 '내수 소비자 홀대'가 걱정된다.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서울모터쇼에 내놓을 K3 5도어(해치백)는 미국 시카고모터쇼에 먼저 공개됐다. 카렌스 후속제품 또한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내 소비자들은 공개가 되도 한참 전에 공개된 차를 뒤늦게 만나는 셈이다.

 

 물론 신차 출시 일정은 자동차 회사의 고유 권한이고, 시기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부실 논란에 시달리는 서울모터쇼를 감안할 때 애써 눈 감고 지나칠 일은 아니다. 차라리 뉴욕과 서울의 전시품을 동일하게 구성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가 해외 실적이 좋다고 내수를 등질 수는 없다. 가깝게 일본의 사례만 봐도 극명하다. 토요타도 기아차처럼 내수 판매량보다 해외 수출(생산 포함)이 훨씬 많지만 토요타가 도쿄모터쇼에 신차를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다. 매번 볼 거리 가득한 신차를 도쿄에서 소개하고 있어서다. 내수 시장이 뒷받침 돼야 해외 활동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토요타의 기본 방침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아차도 내수 소비자를 한 번 더 돌아봐야 한다. 내수 소비자가 기아차의 제품을 마냥 좋아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심작 K9이 부진하고, K3나 K5가 판매 하강기에 접어든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아차가 내수 소비자에게 "당신이 최고"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는 논리적이면서 감성적이다. 때문에 세세하게 트림별 가격을 따지거나 연료 효율을 비교해가며 제품을 고르기도 하지만 그저 '대우'받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모터쇼를 통해 신차를 제일 먼저 공개하는 것은 기아차에 대한 견고한 충성도를 만든다는 것고 같다. 뿌리가 얕은 나무는 쓰러지기 십상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기아차가 깨닫길 기대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