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판매는 몇년 전만해도 연간 매출액이 3조원에 달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과 자금난으로 2010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회사는 3개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직원 4천여명중 2천500여명이 실직해 거리로 내몰렸고 130여명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무려 760일 넘게 본사에서 농성중이다. 탄탄하던 회사가 부도상황에 몰리고 수천명의 근로자가 정든 일터를 잃은 이면에는 최고경영자의 파렴치하고 조직적인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이 대우자판의 전 대표이사 박모씨와 이모씨를 업무상 배임·횡령혐의로 구속하면서 밝힌 내용은 타락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회사 자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잇속을 챙겼다. 대전영업소 건물을 친척과 함께 세운 유령회사에 50억원에 매각하고 이를 곧바로 89억원에 되팔아 39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회사소유 골프장 회원권도 친척을 앞세운 건설회사에 팔아넘긴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3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시가 200억원 상당의 평촌 정비사업소를 자신이 자금을 지원한 업자가 140억원에 헐값 매입하도록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배구연맹 사무총장직도 맡고 있다가 대표이사 시절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된뒤 유죄가 확정돼 물러났다. 경영난에 직면한 회사를 살리기 보다 개인적인 착복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이씨의 탐욕도 박씨 못지 않게 충격적이다. 자신의 여비서에 대한 성희롱을 무마하기 위해 합의금 3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지급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마라톤 선수 스카우트 비용으로 지출한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각종 환급금 10억원 정도를 회계팀 명의 계좌에 입금한뒤 개인채무를 갚는데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와 부인을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월급을 주게 하고 가족이 사용할 고급 외제차를 법인 명의로 빌려 회사가 리스비를 지급하도록 하기도 했다. 대우자판이 부도위기에 몰리자 거액을 대출받아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회사를 아예 가로채려 했던 혐의도 있다고 한다. 회사돈을 쌈짓돈처럼 유용한 갖가지 치졸한 수법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우자판은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종업원 지주회사로 운영돼 왔다. 종업원 지주제는 근로자의 소속감과 의욕을 높이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꾀할 수 있어 적극 권장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대우자판의 경영진은 주인이 없다는 허점을 노려 오히려 실질적인 오너행세를 하면서 백화점식 불법 행각으로 회사를 파탄으로 몰고갔다. 하루 아침에 회사에서 쫓겨나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근로자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경제와 관련산업이 겪었던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사법당국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남아있는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는 강력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일벌백계로 대기업 경영진이 잿밥보다 경쟁력 향상과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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