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가 이번에도 부실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유수의 모터쇼임을 자처하지만 새로 선보이는 세계 최초 공개차의 무게감이 여전히 낮아서다. 또한 관련 콘텐츠 부족을 도우미로 메우려는 행동에 도우미 몸값만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며칠 전 모터쇼 참가를 준비중인 자동차회사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서울모터쇼에 세우려는 도우미 몸값이 너무 비싸 아예 세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을 건넸다. 지난 모터쇼 때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인기 도우미는 하루 300만원을 넘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 및 모터쇼 기간을 합쳐 보름 정도를 고용하면 도우미 한 명에 최대 4,500만원의 돈이 지불되는 셈이다. 80여명을 내세우는 참가 회사가 있으니 그야말로 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돈이 투입된다. 

 

 도우미, 그 중에서도 여성 도우미가 모터쇼 전면에 부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자동차'에 관한 콘텐츠가 부족해서다. 모터쇼 주인공인 자동차 볼거리가 부족하니 도우미로 관람객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참가 회사들의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수요와 공급 관계에 따라 단 기간 몸값이 치솟게 된다. 게다가 이들에게 모터쇼와 같은 대형 행사는 호기나 다름 없다. 간혹 집단적으로 업체에 도우미 세우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의 인식이다. 중요한 자동차 관련 콘텐츠 보강에는 관심이 없고, 업체들의 도우미 고용에만 관심을 보낸다. 모터쇼의 양과 질을 고민해야 할 때 오로지 관람객 숫자에만 집착한다. 실제로 조직위는 지난 2011년 서울모터쇼 당시 TV 광고에 과감하게 '500명의 카 모델'이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 모터쇼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문구였다.

 

 올해 역시 달라진 것은 없다. 모터쇼 조직위 허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련의 비판에 대해 "토론토모터쇼는 여성 도우미들이 가슴을 드러내고 자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해외 모터쇼 한번 가 본 기자들이 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치부했다. 나아가 "일본 도쿄모터쇼는 모델을 뺐다가 관람객이 현저히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중국 도우미에 대해선 대놓고 외모 비하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이런 내용을 전한 매체가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상황인식이 아닐 수 없다.

 

 허 사무총장의 말과 달리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모터쇼에서 도우미가 부각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이들은 철저히 도우미의 관점에서 차를 설명하고, 소개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미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과 미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도 도우미가 쇼 전면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중국의 상황도 우리와 다르다. 자극적인 옷차림을 한 도우미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  자동차회사는 오히려 도우미가 신차 내세우기에 방해가 돼 세우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모터쇼의 주인은 자동차'라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모터쇼가 모델쇼에 머무르는 이유는 참여업체와 조직위의 탓이 크다. 조직위는 모터쇼가 수익 사업이어서 관람객이 많으면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우미가 없으면 수익에 직격탄을 맞는다. 때문에 도우미가 없으면 관람객 상당수가 줄어든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하지만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자동차 산업 관련 단체들의 연합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 문화를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지금 모습은 오로지 쇼 규모와 입장 수익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참여 업체의 전시 차종도 문제가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전시회를 빈약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해외에서 이미 공개된 차종을 내놓는 게 대부분이어서 당연히 볼 거리를 도우미로 채울 수밖에 없다.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어쩔 수 없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주인공은 자동차여야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과 문화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입장객 숫자는 조직위 수익에나 중요할 뿐 자동차 산업의 전체적인 맥락에선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모터쇼 자체가 존중받으려면 조직위나 참여 업체가 자동차에 대한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자동차가 부각돼야 모터쇼의 확실한 가치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법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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