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보고 형사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옴에 따라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 온 간접고용 형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28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GM대우 전 사장과 협력업체 대표들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확정했다.

유죄 판결의 핵심은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투입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형태가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도급이냐, 파견이냐 = GM대우 사내협력업체 6곳은 2003년 12월~2005년 1월 도급계약을 하고 근로자 843명을 GM대우 창원공장 조립·생산업무에 투입했다.

 

 검찰이 파견법 위반 혐의로 전 사장 등을 약식기소하자 회사 측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GM대우 창원공장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형태가 도급인지 아니면 파견인지 여부였다.

 

 만약 파견에 해당한다면 현행 파견법상 자동차제조업에서는 파견이 불법인 만큼 피고인들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가 관심이었다.

 

 1심은 "자동차조립 업무 특성으로 인해 GM대우와 협력업체 간 일부 종속성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근로관계를 종합해 볼 때 형식적·실질적 면에서 불법 파견이 아닌 적법한 도급 계약 관계로 판단된다"고 무죄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GM대우와 협력업체가 불법파견 형태로 노동력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에서는 상고가 기각돼 2심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지휘권과 근로의 실질 따져야 = 간접고용이란 GM대우와 같은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근무하지만 근로계약은 하청회사와 맺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직접고용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파견, 용역, 도급, 외주, 아웃소싱 등 다양한 방식을 포괄한다.

 

 파견의 경우 파견법에 따라 전문지식·기술·경험 등이 필요한 32개 업종, 191개 직종에 한해 허용된다.

 

 문제는 자동차 생산 같은 제조업에서는 파견 자체가 불법이란 점이다.

 

 따라서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등 제조업에서는 사내하청형태의 간접고용 방식이 널리 이뤄지고 있다.

 

 파견과 도급(하청)은 그 업체가 실체가 있는 회사인지, 근로자들의 지휘감독권을 가졌는지 등에 따라 갈린다.

 

 파견업체가 실질적 회사가 아니라 원청회사의 영향력 아래 있고 근로자 지휘감독권 역시 원청회사가 갖고 있다면 도급이 아니라 파견으로 봐야 한다.

 

 대법원은 GM대우 창원공장에 대해 ▲GM대우의 필요에 따라 도급업무가 구체적·사후적으로 결정되는 등 계약목적이 노동력 제공에 있었고 ▲GM대우 직영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컨베이어 시스템을 중심으로 혼재해 배치된데다 ▲GM대우가 작업량·방법·순서·근태상황을 직접 관리하는 등 지휘명령과 노무관리를 수행했기 때문에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현대차 등에서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를 놓고 노사 간 이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동차업계의 '사내하청=불법파견'이란 이유로 자동차업체 경영진의 형사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모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도 "근로자파견 여부는 근로계약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목적, 경영상 독립성, 사용 사업주의 지휘권 등을 고려해 그 실질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면서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고용됐으나 현대차 사업장에 파견돼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현대차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공동으로 사측과 대화를 해오다 최근 정규직 노조가 대화에서 빠지면서 비정규직 노조가 독자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 일제히 환영 = 노동계는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란 점을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재확인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법원이 자동차 업계에 만연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임을 거듭 확인한 것이고 사용자를 형사처벌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나아간 판결"이라며 "사용자들은 이를 개별 사안으로 치부해 문제를 축소하려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도 사내하청의 포괄적 불법성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규모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시급히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도 법원 판결만 수년씩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미 법원이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행정적인 시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판결을 존중해 정규직으로 신분 전환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다른 사업장의 불법파견 관행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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