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묻지마 부품 값'으로 악명을 떨쳐온 외제차의 수리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외제차 딜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현장 조사에 나선 데 이어 보험협회 차원에서 수리비 개선안을 만들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 거품이 많이 꺼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외제차의 부품 가격, 수리비 등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개선 방안 도출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손보협회에 외제차 전담 TF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제차 사고 시 카센터의 공임이나 부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평균 수리비용이 국산차보다 3.5배 높고 부품 값은 국산차의 5.3배에 달한다.
 

 외제차 수입 딜러들이 독점해 부풀려온 수리비와 부품 가격을 현대차 등 국산차 제조사처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게 이번 TF의 목표다. 앞범퍼 수리비만 보면 BMW는 현대차 에쿠스의 최고 7배, 벤츠는 10배나 비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손보협회 TF에 기술 자문 등을 적극 제공할 계획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외제차 수입 딜러에게 수리비와 부품 원가 등을 국산차처럼 품목별로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딜러들이 응하지 않아 외제차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면서 "전담 TF에서 외제차 수리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고 연내 인하까지 관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BMW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우디 폴크스바겐 코리아, 한국 도요타 등 4개 업체의 한국 본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손보업계는 지난해부터 외제차 수리비의 불공정성을 공정위에 줄기차게 주장하며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서류 조사만 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다가 국정감사에서 질책을 받고서 손보업계 요청마저 강해지자 올해 외제차 딜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조사에 나섰다.

 

 국내 외제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5만여대며 신차 등록 대수 중 외제차 비율은 10%에 달한다. 지난해 외제차 보험사고는 25만여건으로 전년(20만여건)보다 급증했다. 외제차 수리비도 1조여원으로 전년보다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외제차 고가 수리비는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산 준중형차가 벤츠 같은 외제차와 추돌하면 외제차 운전자의 책임이 크더라도 국산차 운전자가 1천만원 넘는 상대차 수리비를 물어주느라 월세 방까지 빼야 하는 사례가 종종 생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고급 외제차가 국산차 운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버렸다"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지출을 막으려면 외제차 수리비를 객관적으로 책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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