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컴퓨터 파일과 서류를 쓸어 갔어요.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수입차 업계가 당황하고 있다.

 

 2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19~22일 BMW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우디 폴크스바겐 코리아, 한국토요타자동차 등 상위 수입차 업체의 사무실에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였다.

 

 조사 기간에 브랜드별로 3~6명씩 조사팀이 투입돼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와 사내 전산망 자료를 복사하고 분야별 담당자를 면담했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관련 업무 담당자의 컴퓨터 하드와 문서 보관함을 통째로 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007년에도 주요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선 적이 있었고 지난해 2월에도 직권조사를 나섰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보다도 조사 강도가 높은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월에는 각 업체가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하면서도 '업계의 핵심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조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며 "이번에는 핵심 사안과 각 업무 담당자까지 정확히 집어내 조사를 하고 있어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높은 수입차·부품 가격의 밑바탕에 수입사(임포터)간 담합이 있는지, 여기에 수입차 업체가 대부분 가입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계열 금융사가 초기 투자비가 적은 할부·리스 상품으로 '카 푸어'를 양산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이는 가운데 각 업체가 자사 금융 계열사의 금융 상품 사용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수입사가 딜러에 재고를 떠넘기거나 차량 끼워팔기를 하는지, 수입사와 특수 관계에 있는 특정 딜러에 전시장 선정·차량 공급·판촉비 등과 관련해 편향된 지원을 하는지, 딜러가 사실상 가맹점인지 등 유통 구조와 제품·서비스 납품, 내부 정책 집행과 관련한 비리 의혹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공정위 조사 당시에도 비싼 수입차 가격이 문제가 됐으며 2008년 딜러들이 할인율 한도 담합으로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당시 높은 가격의 바탕에 수입사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있었다는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고 딜러들이 철퇴를 맞은 데 대해 중소 딜러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수입차 업체들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이번 고강도 조사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사 대상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을 일으킨 '관행'이고 이에 반발한 내부자와 중소 딜러의 제보도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혐의점이 사실로 드러나면 수입차 업계는 급성장 중에 과징금 부과, 이미지 실추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 조사대상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 경쟁이 치열한데 이런 일이 생겨 당혹스럽다"며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 적어도 수개월은 걸린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수입차 업계가 자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에 비해 국가경제나 소비자에 대한 수입브랜드들의 기여도가 낮고 상당수 중소 딜러가 수익 악화로 고전하는 등 건강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 규모가 작고 환율·옵션 차이로 국내외 판매 가격과 서비스 차이가 생긴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국가경제력이나 환율 추이를 보면 설득력이 없다"며 "외국에서 현지 투자와 현지인 중심 경영으로 사회에 수익을 돌리는 수입사들이 한국에서는 자사 이익 추구와 해외 배당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업계 내부에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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