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멀리서 봐도 브랜드와 차종을 식별해낸다. 대단한 능력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제품 디자인에 각 브랜드의 성격이 여과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각자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에 고심하게 되는 배경이다.

 

 흔히 패밀리룩으로 표현되는 디자인 정체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는 BMW다. 직선의 프레임이나 과도한 디테일을 배제하고 조화를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고성능 럭셔리 이미지를 벗고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이라는 슬로건으로 대중성을 입혔다. 그 결과 프리미엄 브랜드임에도 국내에서 월 3,000대를 판매, 수입차 시장의 선두로 자리잡았다. BMW 디자인 총괄 반 호이동크가 디자인에 상업적인 접근방식을 접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포드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대담한 움직임(bold moves)'을 내걸고 키네틱 디자인을 선보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을 표현한다. 마치 바람을 가르는 듯한 보닛 위 캐릭터 라인이 특징이다. 여기에 강인하고 부드러운 인상으로 경쾌한 느낌을 가미했다. 주로 유럽 차종에만 적용되던 키네틱 디자인은 최근 원포드 전략으로 신형 퓨전과 포커스, 이스케이프 등에 활용됐다.

 

 

 

 프랑스 감성과 스타일을 강조해온 푸조는 기존 펠린룩에서 플로팅 디자인으로 컨셉트를 변경했다. 펠린룩은 특색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한 후 고양이를 연상시키던 강렬한 헤드램프와 큰 라디에이터는 다소 뭉툭해졌다. 후드에는 굴곡을 줘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완성했다. 이로써 브랜드 컨셉트인 '스타일(style), 활력(dynamism), 신뢰성(reliablity)'을 실현해 나간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캐딜락의 경우 '세계의 표준(standard of world)'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중시해왔다. 2000년대에는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아트&사이언스'를 디자인 철학으로 삼았다. 시각적이고 예술적인 표현 및 감성에 기술력을 조화시킨다는 뜻으로, 날카롭고 정교한 디자인을 말한다. 이는 직선의 아름다움으로 실현돼 CTS와 ATS에 적극 반영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디자인 정체성 내세우기는 활발하다. 기아자동차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을 역임한 피터슈라이어를 영입해 호랑이를 연상케하는 K시리즈를 선보였다. 이전과 다른 독보적인 외관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힘(the power of surprise)'을 보여주고 있다. 쌍용자동차도 SUV와 RV의 선두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코란도 시리즈에 디자인 정체성을 담아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에는 브랜드별 성향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패밀리룩처럼 일관되게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진을 털거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변화를 주기도 한다"며 "디자인을 보면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고, 반대로 브랜드를 알면 디자인이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수많은 업체의 경쟁 속에서 디자인은 더욱 발전할 것이며 개성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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