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지는 일이다. 쉽게 말해 '짬뽕'이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헤쳐 나가기에 한 가지 능력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서일까. 산업과 문화 모든 영역에서 컨버전스라는 용어는 유행처럼 쓰인 지 오래다.

 

 자동차도 물론 컨버전스의 영역 아래 있다. 이 분야에선 주로 기계적인 영역과 전자기기의 융합으로 컨버전스 개념을 사용하지만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는 의미의 '크로스오버' 역시 컨버전스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혼다 크로스투어는 소위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히클(CUV)'로 분류되는 차다. 한 가지 기준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혼다 역시 크로스투어에 대해 '승용차와 SUV, 쿠페의 장점을 모두 융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장르에 얽메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로스오버로 불렀겠지만 각 차종의 특징을 한데 버무려 냈다는 점에서 컨버전스 개념은 충분히 담겨 있다. 미국 태생의 멀티플레이어 혼다 크로스투어를 시승했다.

 

 ▲스타일


 첫 느낌은 세단에 가깝다. 여타 CUV들이 SUV에 뿌리를 둔 변형이라면 크로스투어는 세단을 기본으로 다른 요소를 추가한 듯한 인상을 준다. 거리를 두고 보면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인다. 그러나 다른 중형 세단과 함께 보면 크기 차이를 실감한다. 체구는 길이 5,015㎜, 너비 1,900㎜, 높이 1,560, 휠베이스는 2,795㎜로 당당하다.

 

 전면부는 최근 혼다의 패밀리룩을 잘 따르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일본의 전통칼 장식장을 떠오르게 하며, 헤드램프는 가볍지 않고 다소 완고한 느낌이다. 어코드와 흡사하면서 SUV 요소를 담았다. 그릴과 헤드램프 크기를 키우고 상단 높이를 맞춰 인상에 변화를 줬다. 주간등이 위치한 하단부 범퍼와 공기흡입구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측면은 왜건에 쿠페 스타일을 더한 모습이다. 후면의 긴 공간은 왜건의 요소지만 C필러가 그려내는 라인은 쿠페와 같다. 큼직한 휠하우스는 18인치 휠을 더욱 강조한다. 기존에 보던 차와 다른 비례감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후면에는 역동을 최대한 담아냈다. 두 개의 머플러는 스포츠세단을 연상케 하고, 리어 램프는 시빅과 유사하다.
 
 외형에 비해 인테리어는 솔직한 편이다. 센터페시어 구성과 내부에 적용한 소재, 시트 착좌감 등에서 특별함을 찾긴 어렵다.
 
 큼직한 8인치 멀티미디어 화면의 시인성은 충분하지만 운전석에서 스크린까지 거리가 다소 멀게 느껴진다. 팔이 짧은 편이 아닌 데도 시트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손으로 조작하는데 상체를 움직여야 했다. 주력 판매 지역이 북미여서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된다. 
 
 ▲성능


 심장은 3.5ℓ V6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 282마력,  34.8㎞·m의 힘을 낸다. 큰 체구에 걸맞는 성능 덕분에 여유 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가속성능도 준수하다. 폭발적인 가속감보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모자람 없이 차를 끌고 나간다. 시승 당일 비가 내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고속도로 주행 시에도 안정감이 다가온다. 서스펜션 세팅은 승차감에 무게를 실은 느낌이다. 역시 북미 지역을 배려한 흔적이다.
 
 넓은 실내 공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무척 조용하다. 장거리 운전이 많은 미국 태생답게 실내 소음 차단에 많은 공을 들였다. 어코드에도 적용된 ANC(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와 ASC(액티브 사운드 컨트롤)가 크로스투어에도 장착돼 있다. 외부 소음과 반대되는 소리를 방출해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최근 진동소음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인상적인 편의품목으로는 레인 워치를 빼놓을 수 없다. 어코드 3.5ℓ에도 장착된 이 장비는 우측 사이드 미러에 카메라를 달아 후측방 상황을 모니터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멀티미디어 화면에 띄우고, 별도의 버튼을 눌러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차선 변경이나 주차 시 유용하다.

 

 ▲총평


 크로스투어는 차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소비자를 겨냥했다. 세단의 진중함은 주중 비즈니스용에 적합하고, SUV의 실용성을 탑재해 주말 여행용 차로 손색이 없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외형은 세련된 스타일을 강조한다.

 

 다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CUV는 아직은 낯선 차종인 것 같다. 앞서 출시한 토요타 벤자의 판매실적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과시욕이 강하면서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속도는 빠르지만 트렌드에 앞서려는 욕구는 크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과제는 크로스투어의 다양한 장점을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낯설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차종 다양화는 한국 자동차 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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