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하면 '안전'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름부터 굴삭기나 포크레인과 같은 남성적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운전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안전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디자인, 엔진성능, 연비 등 자동차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한 쪽으로만 굳어진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나흘간 볼보의 가솔린 중형세단 'S60 T4 프리미엄' 모델을 시승해 본 결과 '그게 다가 아니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짧은 시간동안 S60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볼보가 자동차에 담으려한 '안전' 외의 다양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3월 S60 디젤(D4·D5)을 출시한 데 이어 작년 10월 가솔린 모델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시승 구간은 2박3일 동안 서울역을 출발해 충북 옥천, 경북 구미, 경남 김해, 전북 전주, 경기 수원을 거쳐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888.5km의 전국일주 코스다.

 

◆ 운전자 혼빼놓는 수십가지 기능…든든한 조력자로 탈바꿈

 

 '삐삐삐~ 삐삐삐~' 주행을 시작한 후 10분이 채 안돼 정신없이 경고음이 울려댔다. 차선이탈경고(LDW) 기능이다.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긴장감으로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단 한순간도 운전자의 방심을 용납하지 않는 차다.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방향등을 켜면 작동하지 않는다.

 

 

 잠시 뒤엔 전방 시야 왼쪽과 오른쪽에 연이어 빨간불이 들어왔다.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LIS)이 작동한 것이다.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후향 디지털카메라(사진)를 통해 운전자 사각지대로 다른 차량이 진입하면 내장램프로 알려준다. 차선변경 시 운전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이 기능은 폭설이 내린 지난 4일 온도차로 김이 서려 양쪽 사이드미러가 잘 보이지 않을 때도 매우 유용했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추돌방지시스템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기능도 마찬가지다.

 

 이 기능은 최고 시속 50km 속도까지 작동한다. 6~8m 전방의 차량이 서행하거나 정차 중이면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멈춘다. 앞차 거리와 관계없이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도로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많아 쉴새없이 경고음이 울리기도 했다.   

 

 처음 S60을 타면 정신이 없다. 어디서 어떤 기능이 작동할 지 알 수 없어 긴장모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장시간 운전으로 다소 긴장이 풀리거나 정신을 놓을때엔 든든한 감시자가 돼줬다. 운전할 때 쏟아붓는 100%의 신경 에너지가 반감돼 오히려 피로를 덜어줬다.

 

◆ 야간주행에서 드러난 진가…연비(10.3km/ℓ)는 다소 아쉬워
  
 S60 T4 페달의 응답성은 상당히 좋다. 정차 후 가속페달을 밟고 출발할 때 끊어짐 없이 부드럽게 밀려 나갔다. '생크림 위를 미끄러져 나간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회전계와 속도계가 거의 동일한 속도로 올라갔다. 

 

 이 모델은 야간주행 시 진가를 발휘했다. 해가 완전히 저문 오후 8시께. 경남 김해에서 전북 전주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릴 때였다. 시속 200km까지 밟아봤다. 차체 흔들림이나 풍절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엔진회전계 바늘은 3과 4 사이를 가리켰다. 불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시속 100km 이하로 달리는 느낌이었다. S60의 최고 안전속도는 시속 230km.

 

 야간 커브길 주행 시에도 전조등이 변화하는 각도에 맞춰 민첩하게 불빛 방향을 바꿔줬다. 전조등은 양방향으로 최대 15도까지 회전하는 전동식 램프를 장착했다. 동적가변조명(ABL) 기능이 적용됐다. 또 맞은편 차량의 불빛이 감지되면 하향등으로 자동 변경해줬다(액티브하이빔 기능).

 

 S60 T4모델은 2.0ℓ 직렬 5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13마력과 30.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3개까지 조절이 가능한 메모리시트와 뛰어난 정숙성, 편안한 승차감까지 패밀리세단에 걸맞는 조건을 갖췄다. 뒷좌석 공간은 다소 아쉽다. 뒷좌석은 성인 3명이 앉기엔 비좁다. 4인 가족이 사용하기에 적절한 것 같다. 

 

 1000km에 가까운 거리를 운전했지만 크게 피로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않고 크루즈컨트롤(정속주행장치)과 속도제한기를 활용해 달렸기 때문이다.

 

 

내외관 디자인도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외관은 강렬한 색상(플라멩고 레드)과 날렵한 옆선으로 세련미가 넘쳤다. 인테리어는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군더더기없어 보면볼수록 정감이 갔다. 베이지색 가죽시트와 마감재도 고급스러웠다. 다만 '아저씨 스타일'의 센터페시아와 변속기 기어는 조금 아쉬웠다.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은 '연비'다. 기름 계기판이 풀(Full)로 표시된 상태에서 주행을 시작해 시승을 마칠때까지 추가연료비로 7만원을 지출했다. 이 모델 표시연비는 10.3km/ℓ(4등급). 실제 주행연비도 이와 비슷하게 10km/ℓ대로 나왔다. 전륜구동 특성상 얼음판 도로에 취약한 점도 아쉬웠다. 'S60 T4 프리미엄'의 국내 판매가는 4700만 원.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국내 진출한 지 올해로 25년을 맞았다. 2011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시장에서 누적판매 2만대를 돌파했다. 볼보가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자동차(Volvo Designed Around You)의 가치가 국내 시장에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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