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의 송전철탑 고공 농성이 오는 24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해 10월17일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해고자 최병승(37)씨와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사무국장 천의봉(32)씨는 '현대차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의 50m 높이 송전철탑 23m 지점에 올랐다.

 

 이후 비정규직 노조는 수차례 파업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했다. 사측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했다.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정규직 노조), 현대차 지회(비정규직 노조) 5자 간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지부와 지회의 견해 차로 노노 갈등이 불거졌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와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 독자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혀 농성이 언제 마무리될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왜 송전철탑 올랐나 = 최병승, 천의봉 두 사람은 사측과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를 모두 9차례 진행한 상황에서 송전철탑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정규직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안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대화가 이어졌다.

 

 비정규직 노조는 처음부터 사내하청 근로자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반면 현대차는 단계적 정규직화 입장을 내세웠다.

 

 현대차 노사는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따로 논의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30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이후 25일 만에 노사대화가 재개됐지만 기존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 말로 예정된 노사간 특별협의(교섭)가 정규직 노조의 대의원 선거 일정 등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최병승, 천의봉 두 사람은 송전철탑에 합판을 깔고 플래카드를 둘러쳐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현대차 '신규채용' vs 비정규직 노조 '전원 정규직화' =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사측의 신규채용 안과 비정규직 노조의 전원 정규직화 안의 충돌로 귀결된다.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해 2월23일 내린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당시 최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현대차는 최씨 개인에 대한 판결로,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판결로 각각 해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2015년까지 사내하청 3천명의 정규직 채용안'을 제시했다.

 

 철탑농성이 시작되자 사측은 '2016년까지 사내하청 3천500명의 정규직 채용안'을 다시 내놨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는 "기존 안과 다를 바 없다"며 거부하고 6대 요구안을 고수했다.

 

 비정규직 노조의 6대 요구안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소·고발·손배 가압류 철회 및 명예회복 ▲대국민 공개사과 ▲비정규직 노동자 추가 사용 금지 ▲구조조정 중단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17일 첫 신규채용 모집 공고를 냈지만 노조 반발로 당일 하루만 지원받은 뒤 보류했고 같은 달 31일 재공고했다.

 

 지난 9일 마감한 신규채용에는 전체 사내하청 근로자의 80%인 5천394명이 지원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12월27일 정규직 노조가 사측과 특별협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내놓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자 비정규직 노조원 300여명이 정규직 노조 사무실 앞을 막고 "지회의 동의 없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날 특별협의는 취소됐다.

 

 이후 정규직 노조는 6천800여개 사내하도급 공정(7천여명 추산)의 정규직화,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등을 제안했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 정규직화를 포기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권오일 현대차 지부 대외협력실장은 20일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한 번에 이뤄낼 수 없다면 기존 근무기간을 인정하는 정규직 채용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 "정규직 노조와 합의 못하면 독자교섭 추진"…장기화 전망 =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회사와 독자교섭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노조가 울산·전주·아산 3지회의 동의 없이 회사와 잠정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규직 노조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한 간부는 "'동의 없이'라는 표현은 결국 비정규직 노조가 하자는대로 따라와 달라는 것인데, 이를 정규직 노조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실제 독자교섭에 나선다 해도 현대차가 교섭 상대로 인정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회사 소식지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사내하청 지회와 현대차는 법률적으로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같은 날 특별교섭 재개를 정규직 노조에 요청했다.

 

 김상록 비정규직 지회 정책부장은 "사내하청 근로자의 실질적인 고용주는 현대차"라며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 전면 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채용에 응시하고 집행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비정규직 노조 내 일부 조합원들의 움직임은 비정규직 노조에 부담이다.

 

 지난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안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인 비정규직 노조 전 간부 정대원씨는 "노조원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단 정규직 노조와 힘을 합해 계속 교섭을 추진하면 지금보다 더 성과있는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조합원이 상당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비정규직 노조가 벌인 부분 파업, 집회 등에는 전체 1천700명 정도의 노조원 가운데 400∼5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8천500명 정도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원(전체 1천700명 정도)의 정규직화만 보장되면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노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울산지법의 송전철탑 농성자 강제퇴거와 천막농성장 강제철거 집행은 또 다른 변수다.

 

 울산지법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지난 8일 현대차 천막농성장과 현수막 강제철거에 나섰다가 노조 반발로 30여분만에 중단했다.

 

 지난 18일에도 천막농성장 강제철거와 2명의 농성자 강제퇴거를 시도했으나 노조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2시간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법원 집행관실은 이후 경찰을 추가로 동원하고 집행인력을 늘려 다시 강제철거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성 96일째를 맞은 20일 최병승씨는 "농성 100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합의점을 찾고 회사가 교섭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농성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가 한국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잣대가 된 만큼 노사가 서로 법적으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영은 기자 canto@yna.co.kr

출처-연합뉴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연합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